소풍 가는 학생, 아기 안은 부부..일제강점기 간도의 '일반 시민'들

이상원 기자 2022. 9. 2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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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間島)라는 지명은 무장 항일투쟁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일제강점기 간도의 '일반 시민'들의 사진을 실었다.

독립운동가들의 활동 무대가 아니라 민중들이 하루하루 살아내던 간도를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어떤 입장을 세워 이 사진은 빼고, 저 사진은 넣는 게 아니라 '전부' 소개하는 것"이, 간도사진관 시리즈 저자들이 자랑하는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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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조남진

간도(間島)라는 지명은 무장 항일투쟁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이곳이 독립운동의 터전일 뿐만 아니라 평범한 주민들이 일상을 보내던 공간이라고 상상하기 쉽지 않다. 1945년 8월 이후 간도는 몹시 낯선 공간이다.

도다 이쿠코(63)·류은규(60) 부부 작가가 최근 펴낸 책은 〈동주의 시절〉. ‘간도사진관’ 시리즈 첫 번째 권이다. 윤동주 시인과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좇는 책이라고 짐작할 법하지만 그렇지 않다. 일제강점기 간도의 ‘일반 시민’들의 사진을 실었다. 아기를 안은 부부, 길거리 이발사, 소풍 간 학생들의 모습이 담겼다. 스무 살 무렵 윤동주 시인이 쓴 시를 함께 실었다. 시를 썼을 무렵 시인의 고향 모습이 사진 속에 있다.

도다 작가는 간도의 모습을 “통째로” 소개하려 했다고 말했다. 독립운동가들의 활동 무대가 아니라 민중들이 하루하루 살아내던 간도를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알려지지 않았던 정보를 전달한다는 목적만은 아니다. 학생들의 졸업사진 한 장을 펴 보이며 도다 작가는 말했다. “자료를 모으던 중 ‘이 학교는 친일학교다’라는 평가가 달린 사진을 종종 본다. 부당하다. 현실의 인간은 흑백으로 쉽게 나누기 어렵다. 회색 스펙트럼 안에 있는 이들이 더 많다.”

도다 작가는 일본인으로, 1983년 한국에 왔다. 대학 시절 한·일 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게 계기였다. “한국 대학생들이 ‘일제시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왔다. 일제시대라는 용어부터 내겐 생소했다. 충격을 받아 한국에 역사를 공부하러 왔다.” 한국에서 ‘새로운 관점’을 공부하던 그는 중국의 시각도 궁금해졌다. 하얼빈에서 중국어 연수를 하고 옌볜대학에서 조선족 역사를 공부했다. 여기서 또 다른 버전의 이야기를 들었다.

부부가 처음부터 생활사 사진만 다루려 했던 건 아니다. 1990년대에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모습을 담으려 했다. 후손들이 가진 옛 사진이 눈에 들어와 받아둔 게 시작이었다. ‘취재’는 20년을 넘어서고, 이런 사진 5만 장이 쌓였다. 그중 200여 장을 골라서 펴낸 책이 〈동주의 시절〉이다. 사진가인 류은규 작가가 주로 사진을 다루고, 글은 도다 작가가 많이 썼다. 사진을 너무 많이 설명하지는 않으려 했다. “사진 자체로 느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

도다 작가는 코로나19가 잦아들더라도 취재보다 정리와 출판에 전념할 예정이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버려질 자료가 많다”라고 했다. 한·중·일 3개 국어로 된 자료를 해독하는 능력이나 사진에 대한 기술적 조예 때문만은 아니다. “어떤 입장을 세워 이 사진은 빼고, 저 사진은 넣는 게 아니라 ‘전부’ 소개하는 것”이, 간도사진관 시리즈 저자들이 자랑하는 덕목이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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