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후보2', 인정사정없이 웃기는 정치풍자 코미디[곽명동의 씨네톡]

2022. 9.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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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시트콤 제목을 빌리자면,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가 떠오른다. 영화 제목을 상기한다면,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스쳐 지나간다. 그러니까, ‘정직한 후보2’는 ‘진실의 주둥이’를 장착하고 웬만해선 막을 수 없는 그들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웃기는 영화다. 1편에 비해 더 강력한 폭소탄을 장착한 ‘정직한 후보2’는 입법부에서 행정부로 무대를 옮겨 업그레이드된 정치 풍자의 재미를 선사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떨어지며 쫄딱 망한 백수가 된 주상숙(라미란)은 우연히 바다에 빠진 한 청년을 구한 일이 뉴스를 타며 고향에서 화려한 복귀의 기회를 잡는다. 강원도지사가 된 주상숙은 정직하면 할수록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지지율 앞에 다시 뻥쟁이로 돌아간다. 그순간 운명처럼 ‘진실의 주둥이’가 찾아오고, 비서실장 박희철(김무열)까지 가세하면서 점차 수세에 몰리게된다.

장유정 감독은 뮤지컬에서 잔뼈가 굵은 연출가다. ‘김종욱 찾기’ ‘형제는 용감했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서 알 수 있듯, 그는 타이밍이 딱딱 들어맞는 코믹감각과 빠른 전개로 한국 뮤지컬 붐에 일조했다. 첫 작품인 ‘김종욱 찾기’가 로맨틱 코미디인 것을 제외하면, 이후의 ‘부라더’ ‘정직한 후보’ ‘정직한 후보2’에 이르기까지 모두 코미디를 내세웠다. 그는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를 펼쳐내면서 인물들이 우스꽝스럽게 망가지는 과정을 담아내는데 특화됐다.

브라질영화의 원작에서 설정만 가져와 철저하게 장유정 방식으로 고쳤던 ‘정직한 후보’에 이어 속편에서도 그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특히 진실만 말하는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 자빠지고, 자폭하고, 봉쇄하는 등의 일련의 처절한 노력은 갈수록 웃음의 강도를 높이며 배꼽을 쥐게 만든다. 주상숙이 뜬금없이 태국말로 연설하는가 하면, 위기에 빠진 박희철이 느닷없이 혀를 깨무는 장면 등은 폭소의 정점을 이룬다.

박희철과 은근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공무원 조태주 역의 서현우, 주상숙의 골칫덩어리로 등장하는 시누이 봉만순 역의 박진주, 차갑고 냉철한 빌런 강연준 역의 윤두준에 이르기까지 새로 가세한 배우들의 연기 밸런스도 흠잡을 데가 없다. 장유정 감독은 주조연 모두에게 골고루 웃음의 악센트를 준다. 처음엔 키득키득 웃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리듬감도 최상급이다.

‘정직한 후보2’는 팡팡 터지는 웃음 속에 정치 풍자의 날카로움도 숨겨놓았다. 1편의 사학비리에 이어 2편에선 건설비리와 환경파괴에 얽힌 기업가와 공무원을 내세워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를 꼬집는다. 초심을 잃고 타락했다가 다시 정직해지는 주상숙의 성장영화로도 손색이 없다. 에필로그에선 더 거대한 스케일의 3편을 예고한다. ‘정직한 후보’ 시리즈는 한국 정치 풍자 코미디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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