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그린 이 만화, 저작권 인정받았다..본격화되는 AI 작품 저작권 전쟁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입력 2022. 9. 27. 06:59 수정 2022. 9. 27.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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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실밸 레이더]
문자-이미지 변환 AI 모델인 ‘미드저니’를 통해 그려진 만화 ‘새벽의 자리야(Zarya of the Dawn)’. /크리스 카쉬타노바

미국의 한 예술가가 AI(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통해 만든 만화가 미국에서 저작권 등록을 승인받았다.

AI가 그린 작품이 미 저작권을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미 콜로라도 주립 미술박람회에서 AI 이미지 생성기로 그린 ‘우주 오페라 극장’이라는 작품이 1위를 차지하며 AI와 예술, 저작권에 대한 논란에 불이 지펴진 데 이어 AI가 그린 만화가 저작권을 인정받으면서 AI 예술 작품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미 저작권청에서 저작권 승인을 받은 이메일. /크리스 카쉬타노바 인스타그램 캡처

◇AI가 그린 공상과학 만화

미 뉴욕에 거주하는 크리스 카쉬타노바는 지난 15일 문자-이미지 변환 AI 모델인 ‘미드저니’를 통해 그린 18페이지짜리 만화 ‘새벽의 자리야(Zarya of the Dawn)’에 대한 저작권을 미 저작권청에서 승인받았다. 이 만화는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지구 상의 인류가 모두 사라졌고, 주인공인 자리야도 우주에 새로운 꾸며진 보금자리로 이동한다는 내용이다.

컬러로 그려진 만화의 그림체는 화려하다. 아무도 없는 타임스퀘어, 폐허가 된 지하철역, 석양이 지는 도시의 마천루 등 그림 하나하나의 수준이 매우 높다. 이는 카쉬타노바가 미드저니에 원하는 그림에 대한 텍스트를 입력하고, 미드저니가 그려준 것들이다. 카쉬타노바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AI로 무언가를 만들 때 작업자가 저작권을 소유하는 선례를 만들려고 했다”고 썼다.

그의 만화 표지 작가 이름이 적힌 부분에는 자신의 이름과 함께 미드저니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현재 미 저작권청은 AI의 저작권 소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번 경우에도 저작권은 카쉬타노바가 모두 소유하는 것으로 등록됐다. 카쉬타노바가 AI를 이용해 그림을 그렸지만, 만화의 전체 스토리를 만들고, 레이아웃을 그리고, 여러 이미지를 결합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든 행위만 인정한 것이다.

문자-이미지 변환 AI 모델인 ‘미드저니’를 통해 그려진 만화 ‘새벽의 자리야(Zarya of the Dawn)’. /크리스 카쉬타노바

◇AI 생성 이미지 저작권 전쟁 시작

테크 업계에선 이번 저작권 등록이 AI가 만든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준다고 본다. 그동안 AI가 만든 디자인이나 그림, 사진 등은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AI를 통해 작품을 구상한 작업자가 저작권을 소유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AI가 하나의 예술 창작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AI에 텍스트를 입력해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하는 이러한 프로그램은 큰 주목을 받으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미드저니나 스테이블디퓨전 등 AI 이미지 생성기를 통해 만든 실험용 뮤직비디오와 영화도 인터넷 커뮤니티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문자-이미지 변환 AI 모델인 ‘미드저니’를 통해 그려진 만화 ‘새벽의 자리야(Zarya of the Dawn)’. /크리스 카쉬타노바

AI의 예술 창작물에 대한 찬반 갈등은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특히 예술가들은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이 만드는 그림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새로운 그림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수많은 그림에서 특징을 차용한 것이라고 혹평한다. AI 모델이 만든 그림을 작품으로 인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현재 작품을 베낀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이미지 공유 사이트 게티이미지는 AI로 만든 이미지를 사이트에 업로드하고 판매하는 것을 금지했다. 크레그 피터스 게티이미지 CEO(최고경영자)는 “AI로 생성된 이미지는 저작권과 관련된 실질적 문제를 수반한다”며 “AI로 만들어진 일러스트나 예술품 판매로 인해 사용자들이 법적 위험에 빠질 수 있어 금지 조치를 취한다”고 했다. 게티이미지의 경쟁사인 ‘셔터스톡’도 AI로 만든 이미지의 사이트 내 검색을 제한하고 있다.

AI 이미지 생성기가 기존 예술가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는 우려를 반박하는 목소리도 높다. AI 이미지 생성기인 스테이블디퓨전을 만든 스테이블AI의 에매드 모스타퀴 CEO는 “AI 이미지 생성기는 회계사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는 마이크로소프트 엑셀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예술가의 창조적인 작업을 해치지 않고 많은 사람이 쉽게 재미난 그림을 만들 수 있는 일종의 도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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