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엔대사, "핵무력 법제화 미국 적대 정책 때문".."한·미 훈련, 전쟁 도화선에 불붙이는 행위"
18분 연설에서 대화, 한국은 언급 없어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최근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는 미국의 적대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또 유엔의 대북 제재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만든 것”이라며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을 겨냥한 발언 수위를 높이면서 핵무기 보유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18분 남짓한 김 대사의 연설 중 한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김 대사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을 통해 “미국은 이 시각에도 조선반도 주변에서 매우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는 합동 해상연습을 벌려놓으려 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히 조선반도 정세를 전쟁 접점으로 몰아가는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매우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최근 북한이 전술핵 선제사용을 공식화한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것을 언급한 뒤 “지난 30년간 미국의 간악한 적대 정책이 오늘의 현실을 만들었다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에 대한 미국의 적대 정책과 군사적 공갈이 가중될수록 이를 억제하기 위한 우리 힘도 강화된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계속되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대한 유엔의 제재 움직임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지난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 중 “북한은 지속해서 유엔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대목을 인용한 뒤 “미국이 일방적으로 만들어놓고 압박하는 유엔 제재는 인정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대사는 대북 제재를 논의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해서도 “안보리가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인 자위권 행사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평등과 내정 불간섭을 명시한 유엔 헌장의 기본 정신을 부정하는 모순적 처사”라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지난해 연설에서는 미국에 대해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을 대화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이중 기준을 철회하는 용단을 보이면 기꺼이 화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대화 가능성에 대한 언급 자체가 빠졌고 보다 강경한 어조로 미국을 비난했다.
그는 “미국이 주장하는 국제질서는 국제법 위에 미국의 이익을 올려놓고 다른 나라들은 이에 복종할 것을 요구하는 제국주의적 세력구도”라며 미국이 국제평화와 안전의 근간을 허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100여 일 만에 종식시켰다면서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유엔총회장에서는 남북 간 설전도 빚어졌다. 김 대사의 연설 이후 주유엔 한국대표부의 배종인 차석대사는 발언을 신청해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은 불법일 뿐 아니라 역내 및 국제 평화와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며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배 차석대사는 이어 “북한은 안보리 결의상 의무를 이행하는 한편, 모든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로 복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주유엔 북한대표부 관계자는 발언을 신청해 “한국 측의 도발적인 언급을 거부한다”면서 “북한의 국가 무력 증강 노력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핵무력 정책 법령 채택은 주권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반도 상황에 있어 이미 밝힌 바와 같이 남측과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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