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아비'들의 거짓이 '우리'를 죽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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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Joseph Rudyad Kipling, 1865~1936)은 식민지 인도에서 태어나 현지 영국인 엘리트 학교에서 제국주의 교육을 받았고, 20대 중반 역시 현지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시와 산문을 썼다.
30대 중반에야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만 41세 때인 1907년 역대 최연소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뉴욕타임스는 1차 세계대전 중 세 차례나 그의 시를 1면에 실었다.
시대와 교육적 한계로 이해해야 한다며 그를 변호하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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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Joseph Rudyad Kipling, 1865~1936)은 식민지 인도에서 태어나 현지 영국인 엘리트 학교에서 제국주의 교육을 받았고, 20대 중반 역시 현지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시와 산문을 썼다. 30대 중반에야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만 41세 때인 1907년 역대 최연소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뉴욕타임스는 1차 세계대전 중 세 차례나 그의 시를 1면에 실었다.
그(의 문학)를 인종·제국주의에 침윤된 작가라 비판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타당하다. 그는 작가로서나 기자로서나 피식민인의 비참과 저항운동에 공감하지 않았고, 남아프리카 2차 보어전쟁 현장에서도 애국주의적, 백인우월주의적 입장을 견지했다. 시대와 교육적 한계로 이해해야 한다며 그를 변호하는 이들도 있다. 시력이 나빠 군인이 되지 못한 콤플렉스 탓에 그가 더 군인을 선망하며 참전을 미화했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키플링은 자신의 문화 권력까지 이용, 역시 시력 때문에 신체검사에서 탈락한 아들 존을 1차 세계대전 전장에 내보냈다. 그는 미국의 참전을 독려하며 1914년 9월 뉴욕타임스에 시를 기고했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위하여/ 아이들의 운명을 위하여/ 일어나 전쟁에 나서라/ 훈(훈족)이 문 앞까지 들이닥쳤다.” 1917년 미국이 참전했고, 그는 직후 기고한 시에 ‘미국 정신’ ‘형제애’ 등의 미사여구와 함께 “육체는 죽을지언정, 영혼은 죽지 않을 것”이라 썼다.
1915년 9월 27일, 아들 존이 프랑스 북부 ‘루(Loos) 전투’에서 전사(실종)했다. 그는 이듬해 ‘My Boy Jack’이란 시에서 파도도, 바람도 들려주지 않는 아들 소식을 애타게 갈구하면서도, 의연한 죽음이었다면 수긍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하지만 그가 남긴 다수의 전쟁시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전쟁의 비명(碑銘)’이란 제목의 2행시다.
“우리가 왜 죽었는지 누가 묻거든/ 아비들의 거짓 때문이라 말해주라.”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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