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의 인권과 삶] 경총이 먼저 해야 할 일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4·16재단 상임이사 입력 2022. 9. 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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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사회에는 어느 때보다 노동자들의 파업권과 관련한 논의가 한창이다. ‘노란봉투법’의 입법을 위해서 노력해온 필자로서는 우선 이런 현상이 반갑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와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의 파업 등으로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손배가압류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여론이 일었고, 국회에서는 의원들이 노조법 제2조, 제3조 등의 개정을 위한 법안을 앞다퉈서 발의했다. 이러자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손경식 회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4·16재단 상임이사

노란봉투법을 반대하는 경총의 의견은 대체로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 불법파업을 허용할 수 없다, 외국에서도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이 부과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경총의 의견은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고, 거짓이 넘쳐나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런 경총의 의견을 보수언론들과 경제지들이 사실인 양 확인도 안 하고 보도했을 뿐만 아니라 여론을 호도하는 보도로 증폭시키고 있다. 결국 경총의 편에 서서 경영계의 입장만을 도드라지게 옹호하고 있다.

경총이 재산권 침해 운운하는 것은 참 어처구니가 없다. 먼저 그렇게 재산권을 중시하는 입장이라면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어떻게 수십억, 수백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가압류까지 단행할 수 있었는가. 자신의 노동을 임금을 벌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지금까지 행해온 손해배상 청구행위부터 반성하고 이런 말을 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 그리고 헌법 제33조가 보장하는 노동3권의 행사는 애초에 사용자 측이 재산상의 손해를 입을 것을 예상하고도 노동자의 권리로 인정한 것이라는 점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경총 의견, 왜곡과 거짓이 넘쳐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용자에 종속된 지위에 있는 노동자가 자신들의 근로조건이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어떤 유보조항도 없는 기본적 인권이다. 그것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기본권으로 보호하고 있는 이유와 같다. 집회와 시위를 하면 도로가 시위대에 점거되고 교통이 막혀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음에도 이를 보장한다. 경총은 이런 기본권의 속성을 부정하면서 오로지 자신들의 재산권만 강조한다.

그리고 경총의 의견은 노동자들의 파업은 모두 불법파업이라는 딱지를 붙여온 그간의 관행의 연장일 뿐이다. 그들의 나팔수인 경제지와 보수언론도 그런 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노동자들이 파업에 이르기까지 사용자 측은 어떤 행위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오로지 노동자들의 과격성과 불법성만 부각시켜온 탓이다.

파업을 하면 무노동무임금의 원칙을 적용받는 노동자가 가장 먼저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럼에도 그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파업에 나설 때는 그만한 이유와 과정이 축적되어 있었다. 단체교섭을 회피하고, 심지어는 대화 요구도 외면하고, 그것보다는 노동조합을 위축시키거나 약화시킬 방법에만 골몰해왔다.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적극 활용하여 노동탄압의 수단으로 활용해온 게 그간의 경영계의 입장이었다.

해외에서는 노란봉투법과 같은 법이 없다는 말도 허구다.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에서는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서 형사 처벌하거나 민사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이 거의 없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보호하는 게 다른 선진국의 사례다. 법이 있되 적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인 비교를 통해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오히려 독일 연방노동법원은 “파업권이 없는 단체협약은 집단적인 구걸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입장까지 보이고 있다. 따라서 노란봉투법이 국제적인 기준이나 관행에 맞는 것이다.

노란봉투법, 국제 기준에도 부합

노란봉투법은 ‘손배폭탄금지법’이다. 아울러 ‘진짜 사장 책임법’이다. 하청업체, 협력업체, 파견업체를 내세우고 뒤로 숨어서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다가 막판에 등장해서 손배 폭탄을 쏟아부어서 노동자들의 삶을 파탄 내는 일은 이제 그만하자는 법이다. 경총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노란봉투법에 대한 왜곡을 중단하고, 지금까지 잘못된 손배가압류와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노사가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건강한 노동문화를 만드는 일에 노란봉투법은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4·16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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