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찾는 소비자..대형마트 가격 경쟁 '치열'
"출혈 경쟁 심해지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져"
[더팩트|이중삼 기자] 지난 24일 오후 10시 12분 서울 은평구 한 대형마트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과자·음료·화장품 등 대부분 상품 코너는 한산했던 반면 마감 세일을 하는 식품 코너에는 사람들이 몰려있던 터다.
매번 마감시간 1시간 전에 식품 코너를 찾는다는 30대 주부 김모 씨는 "제값 주고 사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며 "타이밍만 잘 맞추면 1만5000원짜리 초밥을 1만 원에 살 수 있고 가끔 직원이 할인된 가격표를 가져오는 지도 지켜본다. 1~2분 사이에 더 저렴한 값에 식품을 살 수 있어서다. 마감시간 언저리에 가면 할인된 식품이 많아 일부러 늦게 간다"고 말했다.
최근 전방위적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극도로 위축된 소비심리에 대형마트가 ‘최저가’ 할인행사에 나서고 있다. 최저가 상품에만 지갑을 여는 소비자 탓에 마트에선 수익을 내기 어려워도 ‘눈물 흘리면서 겨자먹기’로 할인경쟁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대형마트들은 경쟁사와 비교해 최저가가 아니면 차액을 포인트로 환급해주는 ‘보상제’ 카드까지 꺼내들며 고객 쟁탈전에 나섰다.
최저가 경쟁에 신호탄을 쏘아올린 곳은 이마트다. 지난 4월 ‘최저가격보상 적립제’를 도입했다. 최저가격 비교 대상은 △쿠팡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몰 3개 온라인몰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최저가격보상 적립제는 구매 당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2시 이마트 가격과 3개 온라인몰 판매 가격을 비교해 고객이 산 상품 중 이마트보다 더 저렴한 상품이 있으면 차액을 ‘e머니’로 적립해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이마트에서 2000원에 산 상품이 쿠팡에서 1500원, 롯데마트몰에서 1600원, 홈플러스몰에서 1700원인 경우 최저가격 1500원과의 차액인 500원에 대해 e머니를 적립해주는 식이다. e머니는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마트앱을 통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쇼핑 포인트다.
여기에 지난 7월부터는 소비자들의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목표로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최저가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 우유·김치 등 가공식품 17개와 계란·양파 등 신선식품 7개 등 생필품을 대형마트·쿠팡과 비교해 상시 최저가로 판매한다. 최저가 승부수를 확실히 던진 모양새다.
최근 홈플러스는 이에 맞불을 놨다. 홈플러스는 지난 21일 ‘물가안정 최저가 보상제’를 시행했다. 주요 상품 가격을 비교·검색해 최저가가 아니면 차액을 환급해주는 제도다. 마이홈플러스 멤버십 회원 가운데 마이홈플러스 앱을 설치 받은 고객이 △우유 △스낵 △음료 △냉장·냉동식품 등 신선가공 등 대표 상품 1000개를 이마트몰과 롯데마트몰 가격보다 비싸게 구매하면 차액만큼 ‘홈플머니’로 적립해 주는 방식이다. 하루 최대 적립 한도는 5000점이며 적립 후 30일 이내 사용이 가능하다
롯데마트는 지난 3월부터 ‘물가안정 TF’를 가동해 ‘프라이싱팀’을 운영 중이다. 내부적으로 물가안정을 위해 상품 가격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롯데마트에서 판매하는 주요 생필품 카테고리별 매출 상위 30위에 해당하는 500여 개 상품 가격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라는 업태 자체가 대량으로 구매해 유통·물류비 절감을 통해 저렴하게 공급하는 형식이다. 한 상품의 마진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많이 팔리는지도 중요하다"며 "많이 판매되면 그 상품에 책정된 이익률은 낮아지지만 이전보다 이익이 늘어나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다. 또한 "고물가 시대 대형마트는 물가 방어의 마지막 저지선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고객들의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당분간 가격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저가 경쟁이 결국 고객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종갑 인천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최저가 경쟁은 결국 미끼상품을 던져서 고객을 유치하는 효과를 보겠다는 말이다. 미끼상품 하나로 고객은 사지 않아도 되는 상품까지 살 수 있는 터다"며 "예를 들어 값싼 통닭만 사려고 왔다가 굳이 안 사도 되는 맥주나 안주거리까지 사는 활동이 벌어지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 단기적으로 달콤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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