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이책만은꼭] 기후위기를 말하는 더 좋은 대화법

2022. 9. 26. 23:1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9월23일 청소년 수백명이 학교에 가는 대신 용산역 광장에 모였다.

기후파업은 2018년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려고 등교를 거부하면서부터 시작됐고, 전 세계 청소년들이 동참하며 해마다 이어오고 있다.

이 책은 청소년들을 본받아 대화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다룬다.

가령 "넌 잘못 살고 있어"라고 수치심을 자극하기보다 "우리에겐 책임이 있어"라고 죄책감을 일깨우는 방식이 더 좋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치·사실만으론 사람들의 태도 바꾸지 못해
마음 흔드는 호소로 함께하는 행동 이끌어야
9월23일 청소년 수백명이 학교에 가는 대신 용산역 광장에 모였다. ‘기후파업’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기후파업은 2018년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려고 등교를 거부하면서부터 시작됐고, 전 세계 청소년들이 동참하며 해마다 이어오고 있다. 참여 학생들은 “8년 뒤 기후위기로 인한 위험이 심해진다는데, 그때 난 고작 25살”이라면서 정부와 사회의 대책을 호소했다.

‘기후변화, 이제는 감정적으로 이야기할 때’(양철북 펴냄)에서 리베카 헌틀리는 기후파업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시위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이야기한다. “왜 우리가 학교에 가야 하는가”라고 외치는 학생들을 보면서 헌틀리는 “출산 직후처럼 내 몸의 주요 장기가 자리를 바꾼 듯 생생한 감각”을 느꼈다. 그러고는 자신도 모르게 “알겠어”라고 대답했다.

기후변화의 위험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인간 활동이 주원인이라는 사실도 대부분 이해한다. 대형 산불, 강력한 태풍, 잦은 가뭄 등 이미 피부로 느끼는 바도 적지 않다. 대책도 나와 있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탄소 배출을 억제해 지구 온도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행동에 나서는 사람도, 정책을 바꾸는 정부도 거의 없다.

행동을 바꾸려면 정보와 지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가오는 파멸의 위험을 안다고 해서 인간이 바뀐다는 생각은 합리적이지 않다. 과학적 수치와 사실로는 사람들의 심리적 반발과 무관심의 철벽을 넘어서기 힘들다. 한마디로, 마음을 뒤흔드는 감정적 호소 없이 인간은 생각도, 행동도 바꾸지 않는다.

파업에 참여한 아이들은 어른보다 현명하다. 10대들, 특히 소녀들은 시간을 들여 한 사람 한 사람과 정서적, 감정적으로 대화하는 방식을 통해 미래를 위한 행동을 끌어낸다. 이들은 가슴에 언어를 던지려 애쓰기에 부모와 이웃과 친구를 설득하는 데 탁월하다.

이 책은 청소년들을 본받아 대화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다룬다. 가령 “넌 잘못 살고 있어”라고 수치심을 자극하기보다 “우리에겐 책임이 있어”라고 죄책감을 일깨우는 방식이 더 좋다. 수치심은 흔히 분노와 거부를 낳으나, 죄책감엔 정의를 인식하고 행동을 바꾸는 힘이 있다. 그러나 더 좋은 방법은 친환경에 대한 자부심과 고통받는 이웃에 대한 연민을 불어넣는 일이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파멸적 종말을 통해 공포를 일으키는 건 큰 효과가 없다. 인간은 눈앞의 위험엔 반응하나, 먼 훗날의 ‘붕괴 포르노’엔 충분한 경각심을 느끼지 못한다. 데이터로 그려내는 미래 지옥도는 기후 우울증, 생태 비탄, 출산 파업 등과 같은 강박적 절망과 무기력을 낳기도 한다. 절망의 서사는 반드시 더 좋은 세상의 이야기, 즉 희망의 서사가 함께 필요하다. 우리는 최악을 두려워하면서 더 나은 상황을 갈망해야 한다. 희망은 행동에 기름을 붓고, 행동은 희망을 낳아 공포를 무찌르기 때문이다. 단테의 ‘신곡’이 보여주듯, 위대한 작가들은 늘 지옥에서 천국으로 가는 길을 찾아냈다.

“수건을 재사용하면 환경에 도움이 됩니다”(과학적 사실)보다 “투숙객 대부분이 수건을 재사용합니다”가 수건 사용을 줄였다. 함께하는 행동이 최고의 희망이다. 미래의 심각한 위기를 경고하는 도돌이 대화가 아니라 구체적 삶의 상황에서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할 일을 찾아가는 대화법이 희망의 출발일 것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