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역대 최대 과징금 처분받고도 관련자 징계 손 놨다
원전 무허가 기기 설치 등 250건
원안위, 가중처분 더해 320억 부과
한수원 “246건은 시효 지났다”
김회재 의원 “중대 사안에 무책임”
원자력발전소에 허가받지 않은 기기를 설치·교체하거나 검증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부품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인 319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한국수력원자력이 관련자 징계나 감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수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원안위는 한수원이 허가받지 않은 기기를 설치·교체한 사례 250건을 확인했다. 당시 한수원은 격납고 방사선 감시기를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에 기재된 것과 다른 모델로 설치했다. 고리 3호기 등 14개 원전에서는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에 있는 공급사와는 다른 회사의 케이블, 전송기, 노내계측기 등 내환경·내진 검증기기를 허가받지 않고 21차례 교체하기도 했다.
이에 원안위는 과징금 277억원을 부과했고, 반복 위반 행위가 드러난 7건과 안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4건에 대해서는 42억5000만원 가중 처분을 내렸다. 해당 원전 기기 설치·교체 과정에서 건설·운영변경 허가에 책임이 있는 한수원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한수원은 원안위의 행정처분 이후 원전의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한 사건임에도 책임자들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관련자 징계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수원은 관련자 감사나 징계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총 250건의 부적합·불일치 사항 중 246건은 징계시효가 지났고, 4건은 수사 결과에 따라 감사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안위가 부과할 수 있는 가중 처분을 최대로 할 정도로 심각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단순히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처분을 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징계시효가 3년에 불과해 조사가 장기간 이뤄지면 사실상 징계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의원은 “2018년 6월과 2019년 7월 원안위에서 이미 관련 문제가 있다고 드러났음에도 감사를 늦춰 시효가 지났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2016년 10월에도 원전에서 수소 폭발을 막기 위한 핵심 안전설비가 마구잡이로 설치된 정황을 파악, 감사를 진행했지만 시효가 지나 임직원에 대해 징계를 하지 못했다. 김 의원은 “원전의 안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위법행위조차 책임을 묻지 않고 넘어가는 자세로는 안전을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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