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농사법 '안전한 먹거리' 고집하니 땅도 주렁주렁 보답"

박임근 2022. 9. 2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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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 전북 고창 유기농포도원 도덕현 대표
도덕현 대표가 전북 고창군 성송면 자신의 포도원에서 수확기를 앞둔 포도송이를 살펴보고 있다. 도덕현유기농포도원 제공

“포도나무 한 그루에 4천 송이가 열리는 놀라움! 착한 농사법이 만든 자연의 기적, 그리고 농부의 고집이 이뤄낸 특별한 나무와 열매! 도덕현유기농포도원에는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한 인터넷 블로그의 내용이다. 전북 고창군 성송면 계당리에 있는 이 포도원을 가꾼 주인공 도덕현(62) 도덕현유기농포도원 대표가 최근 ‘제31회 대산농촌상’ 농업경영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쟁기질을 하지 않는 무경운과 자가퇴비 제조로 발효성 토양을 조성해 유기농 고품질 농산물을 다수확하는 농업경영 모델을 제시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대산농촌상은 교보생명의 창업자 대산 신용호 선생의 뜻으로 1991년에 제정된 상이다. 지난 22일 전화를 통해 도 대표가 유기농을 고집하는 이유를 물었다.

1994년 농사 시작부터 친환경 원칙
쟁기질 않고 발효성 자가퇴비 개발
2017년 포도 한그루 4천송이 ‘대박’
올해 ‘대산농촌상’ 농업경영 대상에

다수확·큰열매·빛깔 ‘오염 유발’
“상금으로 유기농 후배들 도울 터”

도덕현씨가 재배하는 포도원에는 한 그루에서 최대 4500송이까지 열리는 대형 포도나무도 있다. 도덕현유기농포도원 제공

“우리나라 농업의 문제는 다수확과 큰 열매를 지향하는 경향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이것이 트렌드가 된 뒤부터 먹거리가 오염되고 있다고 봐요. 농약을 비롯해 열매를 크게 만드는 비대제와 색깔을 내는 착색제 등을 사용하니까요. 제가 학자는 아니지만 씨없는 포도 등도 다 그런 목적에서 나온, 안 좋은 먹거리입니다.”

그의 소신은 먹거리의 안전성이다. 돈을 주고 농산물을 구입하는 소비자를 배신해서는 안 된다는 게 신념인 것이다. 돈을 낸만큼 몸을 위해 건강하고 안전한 식품을 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크고 좋은 빛깔을 내는 결과물만 만들려고 치중하니까 이상한 짓으로 몸에 치명적인 유해 물질을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1994년 농사를 시작할 때부터 지속가능한 친환경 농업경영을 위해 토양관리가 최우선이라는 철학으로 퇴비를 직접 제조해 발효형 토양을 조성했다. 이를 통해 단위면적당 생산량 증가와 품질 균일화, 경영비 절감에 매진해 고품질 유기농산물 생산체계를 확립했다. 화학비료와 축분을 사용하지 않고 대나무·참나무 톱밥과 버섯배지(생산에 필요한 영양분으로 쌀겨 등의 혼합물) 등을 섞어 만든 식물성 발효 퇴비를 제조해 1년간 발효과정을 거친 뒤 2년마다 토양 위에 덮어 자연의 균과 미생물이 살아있는 발효형 토양을 만들었다. 이런 토양은 평균 유기물 함량이 일반 토양의 2배 이상이고, 적정 탄소·질소의 비율을 유지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도 가져왔다.

“포도원을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볼 수 있도록 좋아하는 글귀인 ‘결과를 능가하는 이론은 없다’, ‘안 될 것도 못할 것도 없다. 지금 시작하라’ 등을 써 놓았어요. 농사도 철학이 있어야 하거든요. 나무도 자유를 줘야 행복하게 잘 자라고요. 작물과 소통하고 흙과 교감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는 변화하는 소비시장에 대응해 품종을 갱신하며 다양화했다. 판로도 여러곳 확보(친환경 유통업체 40%, 학교급식 30%, 직거래 30%)해 안정적 농업경영 시스템을 구축했다. 자신의 친환경 기술을 지역과 후발 농업인에게 전수했다. 포도 뿐만 아니라 복분자·고추·복숭아 등 다른 작물에도 적용해 주변 사람들을 돕고 있다.

그는 2017년 큰 화제를 모았다. 그해 여름 13년생 포도나무(일명 머루포도)에서 4000송이가 넘는 포도를 수확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1그루에서 50~100송이가 열리니 무려 40배나 많다. 2005년에 심은 이 포도나무는 1그루의 면적이 1천㎡에 이른다. 지금은 18년된 이 포도나무를 비롯한 4그루에서 2000~4500송이가 열린다. 이보다 적게 열리는 포도나무도 30여 그루를 재배한다.

그는 지금 욕심을 내지 않고 포도만 1㏊(3025평)를 가꾸고 있다. 예전보다 힘이 부치는 데다가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농부는 누구를 시키지 않고 직접 땀을 흘려 일을 해봐야 오롯이 자신의 경험이 된다. 땅이 거짓말을 하지 않듯이 농부는 성실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상금으로 받는 5천만원에 대해 물었더니 그가 답했다. “나는 운이 좋아서 명예라도 얻었고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유기농을 오래 한 분들은 대부분 가난하게 살아갑니다. 유기농을 개척한 선배들에게 제가 받았으니, 유기농에 인생을 거는 후배들에게 저의 경험을 알려주고 경제적으로도 일조하고 싶습니다. 진실하게 먹거리를 만드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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