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상계좌' 5만 개 피싱에 동원.."피해액 1조 원대"
[앵커]
은행에서 새 통장 만들기가 까다로워진 뒤 범죄자들이 많이 쓰던 이른바 '대포 통장'은 크게 줄었습니다.
대신 범죄에 '가상 계좌'를 쓰는 수법이 늘고 있습니다.
5만 개 넘는 가상계좌를 통해 1조 원 넘는 돈이 범죄조직에 흘러간 것으로 보입니다.
황현규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가상 계좌는 공과금이나 세금 납부 등에 흔히 활용됩니다.
한해 백억 개가량 발급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상계좌에 입금하면 미리 연결된 모계좌로 돈이 자동 이체되는데, 이 모계좌 하나에 연결할 수 있는 가상계좌 수에는 별다른 제한이 없습니다.
범죄자들은 이런 특징을 악용했습니다.
범죄 수익을 끌어모을 '모 계좌' 7개를 구축해 놓고, 거기에, 가상 계좌를 약 5만 개나 연결시켜놓은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이 계좌들은, 다수의 범죄 조직들이 피싱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이체받거나, 불법 도박 사이트의 판돈을 환전하는 용도로 쓰였습니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초까지 입금된 금액만 1조 원이 넘습니다.
범죄자들이 이렇게 대량의 계좌를 확보한 배경, 경찰은 '결제 대행사'가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러 시중은행과 가상계좌 발급 계약을 맺은 A사가 확보된 계좌를 브로커들에게 넘기고, 브로커들은 다시 이 계좌들을 범죄 조직에 팔았다는 겁니다.
은행들이, 결제 대행사에 발급해준 가상계좌에 대해선, 사용처를 깐깐하게 점검하지 않는다는 허점을 노렸습니다.
경찰은 결제 대행사 A사 대표와 브로커 등 12명을 사기 방조 혐의 등으로 입건했고, 7명을 구속했습니다.
[KBS 취재진 : "취재한 걸 (저희가) 다 말씀드리면, 그게 맞냐 아니냐 정도만 말씀해주시면…."]
A사 측은 "가상계좌를 받아 간 조직과 회사는 무관하다"며 "가상 계좌가 범행에 쓰일 줄 모르고 대여해준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A사는 연 매출 2백억 원가량의 소규모 결제 대행사라는 이유로 2018년 설립 이후 금융당국 검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았습니다.
검거된 일당에게서 다수의 가상계좌를 사간 이들은 아직 잡히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이들 보이스피싱 조직과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을 계속 쫓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김현민/영상편집:최찬종/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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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규 기자 (hel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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