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억 횡령' 건보 직원, 전결권 쥐고 셀프 송금..감사에도 안 걸렸다

민서영 기자 2022. 9. 26.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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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계좌 등록·최종승인 권한..안 들키고 조작 가능
돈 빼돌리기 시작한 4월 이후 2차례 종합감사도 피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3일 “이달 22일 오전 업무점검 과정 중 본부 재정관리실에서 채권관리를 담당하는 직원 최모씨가 채권 압류 등으로 지급 보류됐던 진료비용 약 46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채권자의 계좌정보를 조작해 진료비용이 자신의 계좌에 입금되도록 하는 수법으로 지난 4~7월 1억원, 9월16일 3억원, 9월21일 42억원을 횡령했다. 횡령이 시작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건보공단은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5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2주간 건보공단에 대해 특별감사를 진행한다.

최씨는 채권자에게 돈을 보낼 계좌정보를 등록·승인할 수 있는 전결권자였다. 홀로 최종 승인 권한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들키지 않고 채권자의 계좌정보를 자신의 계좌정보로 조작할 수 있었다. 건보공단의 수차례 자가 점검과 자체 감사에도 걸리지 않았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건보공단에 따르면 최씨는 2021년 1월부터 채권관리실에서 팀장(3급 상당)으로 ‘채권 압류 서류 및 사후관리’ 업무를 맡아왔다.

담당 직원이 돈이 송금될 채권자의 계좌번호를 등록하고 변경하는 등 업무를 처리하면, 관리자인 최씨는 등록된 계좌번호를 점검하고 오류를 바로잡는 등 승인하는 역할을 맡았다.

최씨는 승인 과정에서 오류가 난 계좌번호를 자신 명의의 계좌번호로 바꿔 등록했다. 최씨가 이 업무의 최종 승인 권한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들키지 않고 ‘셀프 송금’을 할 수 있었다.

최씨는 모두 46억원을 빼돌렸다. 최씨가 횡령한 금액은 공단 내부에서 일어난 범죄 중 가장 큰 규모다. 그는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 명의 전결권자가 등록과 승인 권한을 모두 갖고 있는 구조 탓에 이 같은 비위가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금을 직접 다루는 업무인 만큼 교차 승인으로 바꿔 최씨처럼 ‘셀프 승인’을 하는 것을 막아야 했다는 것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일단 내부적으로 즉시 조치를 해서 팀장의 등록 권한과 승인 권한을 완전히 분리했다. 또 (팀장이) 승인했다 하더라도 부장까지 승인을 한 번 더 거치는 조치를 끝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자체 감사도 최씨의 비위 행위를 포착하지 못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ALIO)에 공시된 자료를 보면, 건보공단은 최씨가 돈을 빼돌리기 시작한 4월 이후 총 2차례의 종합감사(4, 5월)와 1차례의 복무감사(5월)를 시행했다. 최씨는 이 기간 이미 수천만원의 돈을 빼돌렸지만 내부 감사망에 걸리지 않았다.

강 의원은 “위임전결 기준 개선 및 교차 승인 검토 등 셀프 송금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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