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울렛 화재원인 오리무중..하도급·협력업체 직원 8명 참변
전기차·누전·담뱃불?.. 화재 원인 분분
26일 아침 7시45분께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지하에서 불이 나 근무자 7명이 숨졌다. 구조된 1명도 생명이 위태롭다. 불은 7시간여 만인 오후 3시께 진화됐으나 소방관들은 지하 공간에 들어찬 짙은 연기와 유독가스 때문에 실종자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개장 3시간 앞두고 불…고객 피해는 없어
불이 난 지하 1층은 주차장과 물류 상하차 시설이 있다. 현장에 있던 40대 물류업체 직원은 소방당국과 경찰에 “지하 1층 제4하역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쇠파이프로 쇠를 때리는 것처럼 ‘딱딱딱’ 소리가 나더니 제1하역장 쪽에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로 변을 당한 근무자 8명은 모두 현대아울렛 직원이 아닌 시설관리·청소 담당 하도급업체와 외부 물류업체 소속 노동자들이다. 개장 3시간을 앞둔 이른 시각에 불이 나 고객들의 인명·차량 피해는 없었다. 건물 숙박동에 머무르던 호텔 투숙객 100명과 직원 10명도 화재 직후 대피해 화를 면했다.
대전 현대아울렛은 2020년 6월26일 문을 연 복합쇼핑몰이다. 연면적 12만9557㎡에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280여개 국내외 유명 브랜드와 호텔, 영화관, 컨벤션센터 등이 입주해 있다. 이 쇼핑몰은 지난 6월 실시한 소방점검에서 보완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이날 오후 사고 현장을 찾아가 “이번 사고에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한다. 사고 수습과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 당국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의류 등 적재물 많아 불길 빠르게 번져
화재가 시작된 지하 1층은 주차장과 물류 상하차 시설이 있는 곳이다. 의류 등 적재물이 많아 불길이 빠르게 번지면서 소방관들이 진화와 실종자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아울렛 지하 1층 제4하역장에 있었다는 한 물류업체 직원(40대)은 경찰과 소방당국에 “불길을 본 지 20~30초 만에 연기가 자욱해지고 매캐한 냄새가 나 하역장 옆 비상계단으로 탈출했다. 함께 일하던 동료 1명은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전시소방본부는 화재 직후 대응 태세를 2단계로 격상하며 진화 장비 49대와 소방관 등 357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소방관들은 오후 4시까지 서쪽 여자탈의실, 주차장, 하역장, 지하 1층 서쪽 등에서 실종자들을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이아무개(67)씨 등 7명이 숨지고 박아무개(41)씨는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5~7번째로 확인된 사망자 3명은 탈출을 시도한 듯 화물승강기 옆에서 나란히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시설관리 노동자, 다른 근무자 탈출 돕다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인 시설관리 노동자 박씨는 다른 이들의 탈출을 돕다 쓰러졌다. 이승한 대전 유성소방서 대응2단장은 “첫 구조자 박씨는 화재 발생 당시 방재실에서 건물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보면서 건물 안에 있는 이들을 대피시키다 쓰러져 구조대에 발견됐다”고 전했다.
화재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사고 직후 전기차 관련 화재, 인테리어 공사 중이었다는 말도 나왔지만, 소방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파악되지 않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폭발에 의한 화재로 알려진 데 대해서도, 소방당국은 “불길이 워낙 빠르게 번지면서 폭발에 의한 화재라는 추정이 나왔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실시한 정기 소방점검에서 지적사항이 많았다는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김윤형 현대아울렛 대전점장은 “연간 두차례 점검받는데 지난 6월에 24건의 지적사항이 있었다. 규정대로 한달 안인 7월초에 조처 내용을 소방서에 제출했다. 지적사항이 경중을 말하긴 적절치 않지만 경보 울림소리가 작거나 유도등 미점등 등을 지적받았다”고 밝혔다.
대전경찰청은 화재수사 전담팀을 꾸렸다. 경찰은 지하 1층 폐회로텔레비전 녹화 영상을 확보해 하역장 쪽에서 불길이 치솟는 장면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담뱃불 등에 의한 실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1차 감식이 마무리되면 정확한 최초 발화점과 화재 원인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스프링클러 등 방화시설 작동 여부도 조사 대상에 올려두었다.
전기차·누전·담뱃불?… 화재 원인 두고 추측 분분
김연수 대전 유성경찰서 형사과장은 “목격자 진술과 대략 일치하는 영상을 확보한 것은 맞지만, 녹화 영상 전체를 분석하고 정밀감식을 해야 발화점을 확인할 수 있다. 내일 오전에 소방당국, 한국전기안전공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정밀감식을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화재 현장에는 고용노동부도 조사 인력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시근로자 수 50인 이상인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했거나,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해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경우,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사고 원인에 따라 유통업계 최초로 현대백화점그룹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게 될 수도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아직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법률 위반 여부 등을 따질 단계는 아니다”라며 “당장은 사고 수습과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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