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무솔리니' 멜로니, 총리 등극 눈앞..79년 만에 극우 '집권'

신은별 2022. 9. 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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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선택은 '극우'였다.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우파 연합이 승리하면서, 그 중심에 있는 극우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인 조르자 멜로니(45)가 차기 총리에 오르는 게 사실상 확정됐다.

우파 연합은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FdI와 동맹, 중도우파 성향의 전진이탈리아로 구성돼 있다.

개표가 이대로 진행되면 우파 연합에서 가장 큰 지분을 확보한 FdI의 멜로니 대표가 이탈리아의 차기 지도자에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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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형제들 중심 우파 연합 '압도적 승리'
반이민 정서 자극하고 전 정권 불만 끌어안아
멜로니 "이탈리아가 우리를 선택했다" 자축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치러진 총선을 통해 사실상 차기 총리로 확정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 대표가 '이탈리아에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로마=AFP·연합뉴스

이탈리아의 선택은 '극우'였다.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우파 연합이 승리하면서, 그 중심에 있는 극우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인 조르자 멜로니(45)가 차기 총리에 오르는 게 사실상 확정됐다. 이탈리아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79년 만에 처음으로 극우 지도자가 집권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상 유일한 대안 야당으로 이전 정부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반대표를 대거 흡수한 것이 총선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최악의 인플레이션 등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이민자에 대한 적대심을 자극하는 등 자국 우선주의 전략도 유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변은 없었다"... 우파 연합 압도적 승리 확실시

개표가 막바지에 접어든 26일 오후 3시 기준(한국시간 오후 10시), 우파 연합은 44%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이탈리아 안사 통신 등은 보도했다. 상원(200석)∙하원(400석) 모두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수치다.

민주당 중심의 중도좌파 연합은 약 26%를 득표했다. 민주당은 19%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좌우 연합에 속하지 않은 오성운동의 득표율은 15% 수준이다. 멜로니 대표는 출구조사 발표 직후 "이탈리아가 우리를 선택했다"며 일찌감치 승리를 선언했다.

우파 연합은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FdI와 동맹, 중도우파 성향의 전진이탈리아로 구성돼 있다. 정당별 득표율을 보면, FdI가 26%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동맹과 전진이탈리아가 8%대에서 근소한 차이를 두고 뒤를 이었다.

이로써 우파 연합에서 가장 큰 지분을 확보한 FdI 멜로니 대표가 이탈리아 차기 지도자 등극 수순을 밟게 됐다. 세 정당은 최다 득표를 한 당에서 총리 후보 추천 권한을 갖기로 합의한 상태다.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출구 조사 발표 뒤 이미 멜로니 대표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하며 "우파 연합이 확실한 과반을 차지한 만큼, 적어도 5년 동안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확실히 밀어붙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엔리코 레타 민주당 대표는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다음 대표에게 '강한 야당'을 주문하며 "민주당은 이탈리아가 유럽의 중심에서 사라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 대표가 총선이 치러진 25일(현지시간) 로마에서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마=AFP·연합뉴스

전 정권 불만 표심 끌어안고... 반이민 정서 자극

멜로니 대표의 승리는 마리오 드라기 정권에 대한 불만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란 평가가 나온다. '경제 전문가'로 잔뜩 기대를 받았던 드라기 총리가 에너지 위기, 물가 급등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며 민심이 급속히 이탈했는데, 유일한 야당이었던 FdI가 전 정부 반대표를 고스란히 끌어안았다는 분석이다.

반이민 정서를 자극한 것도 멜로니 대표의 지지세를 확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아프리카와 마주하고 있는 이탈리아에선 난민에 대한 적대감이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특히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자국 우선주의의 연장선에서 유럽연합(EU) 체제에 대한 불만도 멜로니 대표의 존재감을 키운 요인으로 평가된다.

최근 선거에서 극우가 위력을 떨친 다른 유럽 국가들도 경제위기와 이민자 문제 해결이라는 공통된 숙제를 안고 있다. 네오 나치에 뿌리를 둔 스웨덴민주당이 원내 제2당으로 올라선 스웨덴에서는 이민자들의 일자리 침탈과 이들의 범죄에 대한 반발심이 큰 상태다. 프랑스 역시 지속된 경제난과 이민자 증가에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이 우파의 대표 정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총선으로 이탈리아에서 극우 정당이 집권했지만, 이탈리아 투표율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BBC에 따르면 투표율은 63.91%로 2018년 총선 때보다 9%포인트가량 떨어졌다. 특히 남부 이탈리아에서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다. 중도좌파 연합이 사분오열하고, 우파 연합의 승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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