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한 재생에너지 목표, K-엑소더스 낳는다

한겨레 2022. 9. 2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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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출애굽기는 '모세의 기적'으로 유명한 유대인의 대규모 탈출 사태를 담고 있다.

삼성전자, 에스케이(SK)텔레콤 등이 참여하고 있는 '기업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가 기업 60여곳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기업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30년까지 40%는 넘어야 해외 수준만큼 재생에너지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다른 기업도 이 요구에 동참했고, 일본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20%대에서 38%까지로 상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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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그린피스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 건물 벽면에 기후변화 리더십을 강조하며 재생에너지 100% 사용 요구 메시지를 투사했다. 그린피스 제공

[왜냐면] 정상훈 |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성경 출애굽기는 ‘모세의 기적’으로 유명한 유대인의 대규모 탈출 사태를 담고 있다. 이른바 ‘엑소더스’다.

그런데 21세기 한국 땅에서도 이 엑소더스 조짐이 보인다. 기업들이 대거 한국을 떠나는, 국내 산업 근간을 흔들어 버릴 거대한 산업공동화 말이다. 조짐은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1%로 늘리겠다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는 산업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목표치로, 기업들이 이 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삼성전자, 에스케이(SK)텔레콤 등이 참여하고 있는 ‘기업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가 기업 60여곳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기업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30년까지 40%는 넘어야 해외 수준만큼 재생에너지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정부가 전력기본계획 목표에서 제시한 21%의 두배다. 설문에 응한 기업 중 90% 이상이 미래 재생에너지 공급도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 구글, 베엠베(BMW) 등 370여개 글로벌 기업이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려는 ‘RE100’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 기업은 협력사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한다. 대한상의가 제조기업 300개사를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대기업 10곳 중 3곳은 협력사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는다고 했다.

요구한 만큼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는 우리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는 상황에 부닥친 셈이다. 기업들은 결국 재생에너지를 값싸고 원활하게 공급받기 위해 국내 사업장을 포기할 수 있다. 2020년 소니는 일본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려주지 않는다면 일본을 떠나겠다고 경고했다. 다른 기업도 이 요구에 동참했고, 일본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20%대에서 38%까지로 상향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법안은 에너지 안보와 기후위기 대응에 3690억달러를 투자하도록 하는데, 정부의 막대한 투자는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과 투자도 크게 늘릴 것이다. 이런 속에서 기업들은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투자 혜택과 입지조건이 더 나은 국가로 옮겨갈 수도 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나, 오히려 기업이 떠나도록 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100%를 포함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내 재생에너지 수요는 폭증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전력 사용 상위 30개 기업의 지난해 전력사용량은 약 100TWh(테라와트시)인데, 이는 한국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두배 이상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느긋하다. 유승훈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분과위원장(서울과기대 교수)은 기본계획 발표 뒤 언론 인터뷰에서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해외로 떠난다 해도 현재로서는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기엔 비용도 많이 들고 갈등도 커질 수 있다”고 태연히 말한다. 느린 에너지 전환으로 인해 야기될 ‘케이(K) 엑소더스’의 엄청난 경제적, 정치적 비용을 고려한다면 나와서는 안 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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