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점령지도 징집 절차.. 우크라 '동족 전투' 불안에 패닉
18∼35세 남성, 지역 이탈금지령
젤렌스키 "동원령은 피해야" 호소
러, 28일 예비역 출금조치설 나와
전장엔 독전대 배치.. "탈영군 사살"
핀란드·몽골 국경 수천명 탈출행렬
친러 점령지 합병 투표율 77% 넘어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도 군 동원령을 가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현지에서 공포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선에 러시아군 병사의 후퇴·탈영을 막는 독전대(督戰隊)가 투입되고, 러시아 국내에서는 징집 대상자의 탈출을 막기 위해 동원 연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러, 우크라이나 점령지서 징병” 주장
가족과 생이별하고… 소집 점검 받는 러 예비역 간단하게 짐을 꾸린 사복 차림의 러시아군 예비역들이 25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에 있는 소집센터 주변에서 인원 점검을 받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1일 예비군 동원령 발령 후 복무에 적합하지 않은 노인과 환자, 장애인도 징집했다. 크라스노다르=AP연합뉴스 |
우크라이나인은 러시아군에 동원될 경우 같은 우크라이나인끼리 싸워야 한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3일 정례연설에서 점령지 4곳에 있는 우크라이나인에게 어떤 방법으로라도 러시아 동원령은 피하라고 당부했다.
러시아 정부는 오는 28일 동원 대상 예비역 남성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할 방침이라고 일본 지지(時事)통신이 26일 러시아 독립매체 메두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이 예비역 출국금지를 통해 (지난 21일 동원령 발표 이후 이어진) 혼란을 수습하고, 안정적인 소집을 진행해 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동원령 발표 후 탈러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와 1300㎞ 정도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 국경수비대 관계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요일(25일) 오전 8시 현재 발리마 검문소에 러시아 쪽으로 차량 줄이 500 늘어섰다”고 썼다. 이 관계자는 24일에 핀란드로 입국한 러시아인은 8572명으로 1주 전의 5286명에 비해서 3000여명이 늘었다고 밝혔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25일 기준 러시아와의 합병 여부 주민투표가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4개 주의 투표율은 루한스크주 76.09%, 도네츠크주 77.12%, 자포리자주 51.55%, 헤르손주 48.91%를 기록하고 있다. 이 중 동부 돈바스 지역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독립이 선포된 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의 투표율은 70%를 넘었다. 친러 성향의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투표율이 50%를 넘으면 투표 결과가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러시아군이 해당 지역들을 장악하고 있고 무장 군인의 독려 속에서 투표가 진행되고 있으며 현지에 남은 주민 대부분 친러 성향이라 투표 결과는 절대다수가 러시아 귀속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러시아군 점령하에 실시됐던 우크라이나 크름반도의 러시아 편입 주민투표 때도 무려 97%가 찬성표를 던졌다고 러시아 측이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5일 CBS 방송에 출연해 주민투표와 관련, “러시아 대통령과 외교적 협상을 지속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위험한 신호”라고 주장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도쿄·워싱턴=강구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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