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라면서 원전은 싫다는 우매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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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치 <한겨레> 에서 티모 플렉켄슈타인 런던정경대 사회정책학과 부교수는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 핵은 정답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서울의 폭우와 유럽의 폭염, 가뭄 등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이야기했다. 한겨레>
그런데 이 글은 "재생가능 에너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결론을 제시하며,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고 가동하는 전 주기, 즉 원료채취-생산-유통-사용-폐기 등 전 과정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보다 기후위기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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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정범진 |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지난 5일치 <한겨레>에서 티모 플렉켄슈타인 런던정경대 사회정책학과 부교수는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 핵은 정답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서울의 폭우와 유럽의 폭염, 가뭄 등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이야기했다.
그렇다. 전 세계는 기후위기에 직면해 있고, 이를 해결할 묘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런데 이 글은 “재생가능 에너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결론을 제시하며,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고 가동하는 전 주기, 즉 원료채취-생산-유통-사용-폐기 등 전 과정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보다 기후위기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고 했다.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사실은 틀린 주장이다. 기후변화 정부간협의체(IPCC) 5차 보고서에서는 발전원별로 1킬로와트시(㎾h) 전력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전 주기적 이산화탄소량을 제시하는데, 석탄발전 820g, 액화천연가스(LNG) 490g, 태양광 48g, 풍력 11g, 원자력 12g, 수력 24g 순이었다. 원자력은 태양광보다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발전원이다. 게다가 한가지 더 고려할 게 있다. 우리나라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최적의 환경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같은 설비로 생산해낼 수 있는 전력량이 적기에, 협의체가 제시한 것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핵에너지가 일으킬 수 있는 엄청난 위험성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환경성을 논의하다 갑자기 위험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논지를 흐린다. 젊은이와 다투던 어르신이 밀릴 것 같으니까 ‘싸가지 없다’고 말하는 것과도 같다.
그렇다면 원전의 실제 위험은 어떤가?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TMI) 원전 2호기 사고 때 핵연료의 절반이 녹았지만 방사성 물질은 유출되지 않았다. 사고 발생 사흘 뒤 지미 카터 대통령이 평상복 차림으로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4호기 원전 사고 때는 막대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지만, 체르노빌1, 2, 3호기는 그 뒤에도 계속 가동됐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는 쓰나미(해일)로 2만여명이 숨졌지만, 방사선 누출로 인한 사망자는 없었다.
‘원전 사고는 드물지만 한번 나면 끝장’이라는 논리도 자주 전개되지만, 보다시피 미국·러시아·일본은 원전 사고를 경험하고도 여전히 원자력을 주력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다른 산업에 비해 극히 적거나 없다. 안전성 면에서 최고다. 지난 50년간 통계가 그렇다.
종합해보면 ‘원전은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논거가 없다. 보조금을 받아야만 돌아가는 재생에너지는 지속가능성이 더 떨어진다. 재생에너지 기술이 향상돼 경제성이 좋아지고, 재생에너지 발전기를 자원이 많은 곳에 선택적·집중적으로 설치한다면 기후위기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저기 마구잡이로 설치된 태양광 패널은 이를 만들고 폐기하는 데 소요된 에너지만큼도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고 수명을 다한다. 가성비가 형편없는 수준을 넘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발생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에너지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비용이 얼마나 높아지건 재생에너지만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무모하다. 기후위기니까 원전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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