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청약 시장에도 찬바람..10대 건설사 분양단지도 미분양 우려
부동산 경기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대형 건설사가 운영하는 수도권 청약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대구에서 시작된 미분양 공포는 서울과 수도권 대단지 청약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경기 의왕시 내손동에 2633세대 규모로 공급하는 인덕원 자이SK뷰는 외제차 벤츠 경품을 내걸고도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인덕원 자이SK뷰는 지난 21일 청약을 마친 결과 전용면적 59㎥B 타입에서도 청약 미달이 발생했다. 통상 전용 59㎥ 타입은 수요자들에게 가장 인기를 끄는 타입이지만 완판되지 않았다. 분양 관계자는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한 점이 청약시장 부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며 "벤츠나 명품 가방 등 고급 경품을 내걸어도 완판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단지 분양이 고전하는 이유는 인덕원 일대 부동산 가격이 지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단지 인근 푸른마을 인덕원 대우 아파트 전용 59㎥(25평)은 지난해 7월 9억원에 실거래 됐지만, 올해는 이보다 낮은 5억원대에도 거래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9.8대 1이었지만, 올해 평균 경쟁률은 9.6대 1에 그치고 있다. 업계에선 청약 경쟁률이 10대1을 넘지 못하면 미분양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한다. 실제 한화건설이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지난 3월 분양을 시작한 '한화 포레나 미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0.68대1이었지만, 전체 424세대 중 10% 정도가 미분양 상태로 남아있다.
업계에선 건설사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라 올 하반기 청약 부진을 돌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과거 분양이 어려워지면 건설사는 소비자에 금융 혜택을 제공하는 형태로 미분양을 탈피해왔는데, 현재는 금리가 높아 이런 지원도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로선 할인 분양 외에 뾰족한 수가 없어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 아파트 거래가 얼어붙은 가운데 매물이 빠르게 쌓이고 있다. 월세 역시 매물이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시 아파트 매물은 총 12만805개다. 매매가 5만9449개, 전세 3만8518개, 월세 2만2838개다. 2개월 전과 비교해 매매 매물은 5000여개 줄어든 반면 전세 매물은 7000여개, 월세 매물은 4000여개 늘었다. 지난해 9월 7만5000여개에 불과했던 전체 매물은 1년새 4만5000여개 증가했다. 특히 최근 4개월만에 전체 증가분의 절반이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매물 적체 현상이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추가 금리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부동산 거래 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이 적은 상황이지만, 수요자들이 아파트 대신 빌라를 선택하는 등 주거 부담 자체를 줄일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아파트 매물은 증가한다.
수요자들이 임대를 선택하는 비율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확정일자를 받은 전국 월세 건수는 9월 둘째 주 기준 11만9536건, 전세는 10만6553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2.87%에 달했다. 월세 비중은 올해 4월 처음으로 전세 비중을 넘어선 뒤 5개월 연속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수요 증가로 월세 가격은 유일하게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서울 월세가격 지수는 지난 2019년 8월 이후 3년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시작됐던 작년 하반기 이후에는 상승 폭이 더 커졌다. 지난달에도 전월 대비 0.12% 오르며 관련 통계가 시작된 지난 2015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지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월세 매물 역시 적체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향후 아파트 월세 가격 역시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 상승이 이어지면서 월세 수요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매매 매물의 전환이 더 커질 경우 월세 가격도 하향 조정될 수 있다"며 "다만 추가 금리 인상에 따라 월세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지역별 공급량과 반전세, 가격 변동 폭 등 변수가 많이 남아있어 가격에 대한 전망도 불확실한 상태"라고 말했다.김남석·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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