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왜곡보도·정언유착" vs "윤 대통령 발언 기막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서 국민의힘은 해당 발언을 최초보도한 MBC를 문제삼고 나섰습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첫 보도도 나오기 전에 공식 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삼았다며 '정언유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는데요. 박 원내대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당 영상을 봤다고 반박했습니다. MBC 역시 조금 전 반박 입장을 냈습니다. 관련 공방을 류정화 상황실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48초 회담'을 마친 직후 나온 '비속어 실언'. 정치권에선 한국으로 돌아온 윤 대통령이 사과부터 하는 게 꼬인 매듭을 푸는 길이란 의견이 여야를 막론하고 나왔습니다.
[정병국/전 국민의힘 의원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솔직하게 인정을 하고 바로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우상호/더불어민주당 의원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한국 국회의원한테 욕했다고 했으면 사과해야 되는 것 아니에요?]
[이은주/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대통령께서는 해외 순방 결과 발표 전에 대국민, 대국회 사과부터 해야 된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하지만 윤 대통령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이 있죠.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했다면서 언론 보도를 문제 삼은 겁니다.
[용산 집무실 출근길 : 사실과 다른 보도로서 이 동맹을 훼손한다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다.]
국민의힘은 최초 보도를 한 MBC를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윤 대통령의 발언,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 지금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죠. 애매하고, 논란이 될 수 있는 상황인데 제대로 된 확인없이 보도했다는 겁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 한·미 동맹을 해치고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해할 수 있는 이런 보도를 무책임하게 사실 확인 때까지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곡해서 자막을 입혀서 보도를 한 것입니다. MBC의 행태는 이대로 도저히 두고 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MBC 항의방문을 예고했습니다. 보도 과정을 따져보겠다면서 수사 의뢰까지 검토하고 있다고도 했는데요. MBC가 대선 당시 김건희 여사 녹취록을 보도했던 사실도 언급했죠. 국민의힘은 이명박 정부 당시 광우병 시위의 발단이 된 것도 MBC 였다는 데까지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권성동/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음성대역) : 야당과 좌파언론은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을 제2의 광우병 조작선동의 기회로 이용하고자 했습니다. 오늘날 MBC 뉴스는 정치투쟁 삐라수준입니다. 정부에 촉구합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MBC의 조작 선동에 엄정하게 대응하십시오.]
국민의힘은 '정언유착' 프레임까지 꺼내들었습니다. MBC가 최초 보도를 하기도 전에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 발언을 먼저 언급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겁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지난 22일) : 윤석열 대통령이 회의장을 나오면서 비속어로 미국 의회를 폄훼하는 발언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겨, 대형 외교 사고로 큰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성일종/국민의힘 정책위의장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MBC가 보도한 것은 10시 정도에 보도를 했고요, 박홍근 대표가 한 30분 전쯤에 이야기를 했는데 그리고 인터넷에 뜬 것은 그 이후에 떴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어떻게 커넥션이 되어 있는지 저는 밝혀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관련 설명을 종합해 22일 상황을 다시 살펴보면요. MBC 영상취재기자가 미국 뉴욕 현지에서 촬영해서 송출한 건 우리 시간 6시 28분입니다. MBC 가 온라인으로 해당 영상을 보도한 건 10시 7분인데요. 박 원내대표의 발언은 그보다 빠른 9시 33분쯤에 이뤄졌습니다. 해당 취재는 방송사들이 돌아가면서 취재해서 다같이 공유하는 '풀 취재' 방식으로 이뤄졌는데요. 해당 영상이 송출된 이후 공식 보도되기 전 3시간 여 동안에도 언론인들과 정치인들 사이에 내용과 영상이 이미 광범위하게 퍼진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실의 '보도 자제' 요청도 이 시간에 이뤄졌는데요. 이미 9시 41분에 국민의힘 김동하 전 서울시당 부대변인이 소셜미디어에 해당 영상을 올린 바 있습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언론을 겁박하는 적반하장식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정언 유착'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박홍근 원내대표는 "법적 책임을 묻겠다"면서 "MBC라는 언론사를 희생양 삼아서 국민의 눈길을 돌려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 훼손하는 건 국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는 기막힌 발언을 했습니다. 언론을 겁박하는 적반하장식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정녕 국민이 두렵지 않습니까?]
박 원내대표는 해당 영상, 소셜미디어를 통해 접했다면서 국민의힘 주장을 반박했는데요. 민주당은 MBC와 민주당 지도부 사이에 '정언 유착'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증거를 대라고 했습니다. 사태의 본질은 윤 대통령의 발언 그 자체라는 겁니다.
[이상민/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이 사태의 본질은 윤석열 대통령의 막말입니다. 'MBC와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가 어쩌고저쩌고 했다'라고 하는 건 확증도 없으면서 그 사태를, 말하자면 흐리려고 하는 물타기인데 그런 소위 작전, 전략 가지고서 이 사태를 호도할 수 있겠습니까?]
윤 대통령의 발언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 하는 쟁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땡 팔려서'와 '이 땡땡들'도 있습니다. '날리면'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 xx들'이란 발언에 대해선 왜 사과를 안 하냐는 게 민주당이 분노하는 이유인데요.
[서영교/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대한민국 국회를 향한 '이 XX' 제대로 된 말입니까. 당연히 사과해야 됐죠. 그런데 여기에 관련해서 언론에 재갈 물리기식 답변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발언엔 '이 xx'도 없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김은혜 홍보수석도 미처 방어하지 못했던 부분인데요. 이른바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박수영·배현진 의원은 음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대학교수팀에 의뢰했다면서 새로운 음성파일을 올렸습니다. 윤 대통령이 '이 xx'이 아니라 '이 사람들이'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문제의 '바이든' 혹은 '날리면'이란 말도 없고 각각 '아 승인 안 해주면' 승인 안 해주고 '아 말리믄'이라고 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배현진/국민의힘 의원 (음성대역) : 국회의원 '이 사람들이' 승인 안 해주고 '아 말리믄'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아주 잘 들리는 군요. '이 xx'도 없었고 '바이든'도 없었습니다.]
일각에선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을 떠올리게 한다는 얘기가 나왔죠. 이미 외신에까지 보도된 마당에 "국민을, 그리고 전 세계 언론을 바보로 보는 거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바이든 vs 날리면' 논쟁, 사실 음성분석 연구팀까지 갈 것도 없죠. 발언의 당사자인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제때 확인하고 정정했으면 될 일입니다. 발언 직후 "외교상 부담이 있다"며 보도 자제를 요청했던 대통령실은 이미 외신에까지 보도되고 발언 15시간이 지난 뒤에야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는 해명을 내놨죠. 대통령실의 해명을 일반 국민 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까지 음성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검증하는 상황이 된 건데, 대통령실 관계자는, 왜 늦게 해명했느냐가 아니라 해명을 하느라 아까운 순방기간의 시간을 허비한 게 문제란 취지로 말했습니다.
[현근택/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이해가 안 가는 게 15시간 동안 이거를 이렇게 지체하다가 이미 다 퍼져나가고 다 외국 언론 다 나왔는데 그다음에 얘기하면 뭐해요? 아무 의미 없는 얘기죠. 그러니까 오히려 전선을 확대시키고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 확인 관계로 가다 보니까 논란을 더 키운 셈이 됐죠.]
민주당은 문제의 비속어 실언보다, 30분 간의 한일 정상회담이 더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죠. 그야말로 '외교 참사'라면서, 2년 9개월 만의 만남 이라는 것 외에 어떤 얘기를 나눴냐고 물었습니다.
[우상호/더불어민주당 의원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냥 악수나 하고 헤어져야 되지, 의제도 합의가 안 됐고. 한·일 정상회담은 참사예요.]
사진 한 장만 남긴 한일 정상회담, 급하게 만났다고는 하지만, 양국 국기도, 회담 테이블이나 의자도 없는 점은 '의전 소홀' 아니냐고 했는데요. 대통령실은 '일본이 호스트이기 때문에 그쪽에서 준비를 안 한 것'이라고 설명했죠. 회담 주최를 번갈아 하는 관행을 고려하면, 이번 회담은 우리 쪽이 주최를 맡아야 하는 상황이란 지적도 나왔습니다. 2019년 12월 마지막 회담 당시 영상을 찾아봤더니, 호스트인 아베 전 총리가 일본국기 앞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입장을 기다리는 장면을 볼 수 있었는데요.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은 우리 대통령실이 먼저 회담 일정을 공개하면서 스텝이 꼬였다고 했습니다.
[최종건/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기시다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정하는 장소에 왔어야 됐죠. {그러니까.} 여기서부터 문제인 거죠. 스텝이 꼬인 거죠. 9월 15일날 김태효 차장이 일본이 흔쾌히 회담을 수락했고, 그리고 한·일 간에는 시간 조율만 남았다고 했는데 이게 일본 측에 불쾌감을 일으켰다는 건데요.]
한일 정상회담 뿐 아니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 외교부터 48초 한미 정상회담, 캐나다 순방 성과 부풀리기까지 유난히 논란이 많은 순방이었죠. 민주당에선 박진 외교부 장관을 포함해서 외교안보라인을 전면 교체하라고 주장했습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이번 순방의 총책임자인 박진 외교부 장관을 즉각 해임하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제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등 외교·안보 '참사 트로이카'를 전면 교체할 것을 거듭 촉구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당장 그럴 생각은 없어보이는데요. 윤 대통령은 '48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서 "미국 대통령하고 장시간을 잡기 어려울 거 같고 무리하게 추진하지 말라"고 참모들에게 직접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첫술'에 배부를 수 있는 건 아니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퇴조한 한일 관계를 바로잡는데 초점을 뒀다고 했습니다.
[용산 집무실 출근길 : 한·일 관계는 한 번에 한술에 배부를 수 있는 그런 관계는 아닙니다. 지금 지난 정부에서 한·일 관계가 퇴조를 했고, 그래서 일본 내 여론도 있고, 우리 국민들의 여론도 있고, 양국 국민들의 생각을 잘 살펴 가면서 무리 없이 관계 정상화를 해야 되고…]
대통령실은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한다면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뒷받침했습니다. 국민의힘은 MBC 보도와 민주당의 '정언유착'에 대해선 수사 의뢰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는데,, 민주당은 '적반하장'이라고 맞섰습니다. 강대 강 대치,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국힘 "MBC 왜곡·정언유착"…민주 "윤 대통령 발언 기막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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