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 인사이트 <4>] 통신·이커머스·금융까지 변혁하는 메타버스 시대, 기회 잡기 위한 조건들

셈연 야코블레브 입력 2022. 9. 2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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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연 야코블레브 맥킨지 한국사무소 시니어 파트너 시카고대 MBA, 변호사,맥킨지 아시아·유럽·중동 등 글로벌 금융기관 업무 담당

2019년 한 드레스가 54이더리온(약 9500달러·1339만원)에 팔렸다. 그런데 이 옷을 입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디지털 오트쿠튀르 컬렉션 의상을 제작해 파는 ‘더 패브리컨트(The Fabricant)’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실제로 입을 수는 없는 옷이지만 3D 의상 제작 과정, 마네킹 아바타, 디지털 화보 영상 제작 과정 등을 보며 실제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1400만달러(약 197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더 패브리컨트는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와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에 뛰어들어 보그 및 디젤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 외에도 사람들은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 더 샌드박스(The Sandbox),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같은 가상 플랫폼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펠로톤(Peloton)을 통해 메타버스 속에서 운동한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은 2030년까지 최대 5조달러(약 7050조원) 규모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측한다. 조사 응답자의 3분의 2는 대인관계 구축, 몰입형 세계(immerse world) 탐험, 직장 내 원격 협업 등 일상생활 활동을 메타버스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소비자들 또한 반응이 좋다. 60% 소비자가 가상세계에서 활동하기를 선호하며, 메타버스 사용자의 80%는 구매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95%는 향후 5~10년간 메타버스가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타버스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산업으로 소매업, 미디어 및 통신, 의료 서비스와 교육업이 꼽힌다. NFT 상품에 대한 소더비 경매가 이뤄지고, 메타버스 내 매장을 여는 플랫폼 옵세스(Obsess)와 메타버스 소셜 플랫폼 아남XR(Anam XR)처럼 메타버스 속에서 실제와 같은 소비 경험을 가능케 하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다양한 기술력이 뒷받침된다면 메타버스는 수천 명이 동시에 거래할 수 있는 하나의 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서울시 등 공공기관도 이에 발맞춰 2026년까지 경제·문화·관광·교육·민원 등의 분야에서 서울의 신대륙 ‘메타버스 서울’을 구현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다수의 기업이 메타버스 파일럿 적용 사례에 집중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콘텐츠 및 경험, 플랫폼, 인프라 및 하드웨어 등 메타버스 모든 단계에 걸친 비즈니스 서비스 제공 회사들의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국내 소비자의 게임 산업 및 대중문화 콘텐츠 등 탄탄한 수요에 힘입어 경험을 축적한 한국 기업들은 가상 플랫폼 영역으로 확장해 서비스형 메타버스(MAAS·Meta-verse-as-a-service)를 구현해야 한다. 서비스형 메타버스란 B2B 형태의 기업용 메타버스 서비스다. 즉, 메타버스 플랫폼을 기업이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메타버스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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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기회 포착을 위한 조건들

MAAS의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기업은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첫째, 세부적인 세그먼트 전략이 필요하다. 디센트럴랜드, 포트나이트, 마인크래프트, 더 샌드박스 등 대형 글로벌 회사들은 이미 메타버스 적용 사례를 통한 파일럿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산업별로 특화된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기 위한 기회를 모색 중이다. 최상급 개발자 및 콘텐츠 크리에이터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고 컬래버레이션의 기회를 물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후발주자들은 프리패키지드(pre-packaged) 하드웨어, 보안, 검증 서비스, 적용 사례 등을 담아 즉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총체적인 메타버스 솔루션, 즉 ‘메타버스 인 어 박스(metaverse in a box)’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둘째, 타깃으로 삼은 시장의 고도화 정도, 산업 분야 그리고 기업의 목표한 규모 총 세 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적용 사례를 우선순위화하고, 테스트하며, 학습 및 도입의 단계를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일례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미국 금융 업계에서 최초로 VR(가상현실)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도입, 약 5만 명의 직원이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시뮬레이션해 보며 실시간 분석을 통해 기술 격차를 파악하고 개인화한 맞춤형의 가이드를 제공한다. 맥킨지 연구 결과 산업별로 특화된 적용 사례를 도입할 때 시너지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국가별보다는 산업별로 집중하는 것이 현시점에서는 의미 있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탄탄한 시장 진입을 위해 NFT 등으로 초기 B2B 고객을 대상으로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 인프라와 툴의 확장이다. 그 위에 사용자에 대한 학습, 다양한 플랫폼에서의 행동 관찰을 통해 적합한 지표를 발굴하고, 이를 장기적인 수익 창출로 이어 나가야 한다. 2030년까지 현재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50%의 행사가 메타버스로 대체되며 소비자는 하루 평균 6시간가량 메타버스에서 시간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메타버스를 통해 디지털 아이디와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보편화하고, 전통적인 금융 산업에서는 볼 수 없었던 NFT, 암호화폐 등 기타 디지털 자산에 대한 금융 서비스 또한 제공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MAAS 사업 영역을 선도하여 이 시장의 개척자가 될 수 있다. 기회가 소프트웨어 회사에만 있다는 편협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통신, 이커머스 및 금융 기업들도 매력적인 시장을 향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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