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향의 스타일노트 <27>] 600시간 들인 루이비통의 정호연 드레스..에미상 달군 패션들
‘오징어 게임’의 정호연이 제74회 에미상 레드카펫에 섰다. 섬세한 자수와 반짝이는 시퀸(sequin·반짝이는 장식용 금속 조각) 장식 드레스를 입고 있는 배우 정호연에게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 그리고 정호연의 드레스는 전 세계 패션 전문 매체로부터 ‘2022 에미상 베스트 드레스 톱 10’으로 찬사받았다.
국내에서도 정호연으로 인해, 에미상 여배우들의 드레스가 화제가 됐다. 한국 여배우로서 시상식이나 공식 행사 패션으로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블랙핑크를 제외하곤 정호연이 거의 처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호연이 패션모델 출신이라는 것도 매력이 됐다.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 이후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보그(Vogue US)’ 단독 커버 모델이 됐고, 루이비통 하우스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되는 등 초특급 패션 스타로 급상승했다.
루이비통 하우스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정호연은 이번 에미상을 위해 루이비통 드레스를 입었다. 루이비통은 정호연의 드레스를 ‘600시간의 드레스’로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다. 오직 정호연만을 위한 드레스 한 벌 제작을 위해 총 600시간이 소요됐다. 드레스 제작에만 110시간, 2만 개의 시퀸을 배치하고 자수를 놓는 작업에 490시간이 소요돼 총 600시간의 제작 시간이 걸렸다. 쿠튀르(couture·고도의 커팅과 세밀한 수작업의 최상급 맞춤 패션) 드레스 중에서도 최상위로 아트에 가까운 드레스라 말할 수 있다.
동시에 정호연의 에미상 드레스 룩에서 눈에 띈 건, 머리 장식과 이브닝 백이었다. 단발머리에 올려진 헤어 장식은 한국 전통 첩지 장신구에서 영감받은 것이고, 이브닝 백 역시 한국 전통 복주머니에 모티브를 두고 있다. 제28회 SAG (Screen Actor Guild Awards)에서도 정호연은 한국 전통의 댕기 머리 장식으로 화제를 일으켰다. 한국 전통 머리 장식을 하고 싶다는 정호연의 의견을 받아들여 루이비통 공방이 댕기 머리 장식을 수공예로 맞춤 제작했는데, 미국 패션 전문 매체 WWD로부터 “한국식 땋은 머리로 SAG 시상식을 빛내다”, 영국 패션지 ‘글래머’로부터 “한국 전통 댕기 머리 리본에서 영감받은 맞춤형 헤어 장식으로 아름다움이 격상됐다”는 등의 극찬을 받았다. 댕기 머리에 쏟아진 환호에 이어 에미상에서 선인진 첩지 헤어 장식도 찬사를 받고 있다.
이번 에미상 레드카펫의 또 다른 스타는 ‘킬링 이브’로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산드라 오다. 산드라 오는 눈부시게 반짝이는 로다르테(Rodarte)의 보라색 시퀸 장식 슈트를 입었다. 또한 글램 록(glam rock look·1970년대 글램 록 밴드들이 입었던 컬러풀하고 화려하게 반짝이는 장식의 글래머 룩)풍의 드레스 슈트에 색을 더하기 위해 오른손에 커다란 은색 반지와 어깨까지 내려오는 다이아몬드 귀고리를 착용했다. 동양적인 눈매를 돋보이게 하는 스모키 눈화장도 화제가 됐는데, 미국의 스타 메이크업 아티스트 에밀리 청(Emily Cheng)의 뷰티 블렌더 제품을 사용했다. 산드라 오의 헤어와 메이크업 룩은 뷰티 전문 매체 알루어에 의해 ‘2022 에미상 베스트 헤어 메이크업 룩’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산드라 오가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로서뿐 아니라 패션과 뷰티계에서도 영향력 있는 스타임이 다시 증명됐다.
그래도 이번 2022 에미상의 최고 스타는 젠데이아 콜먼이라 해야 할 것이다. 콜먼은 국내에서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스파이더맨 여자 친구인 MJ 역으로 유명해졌다. HBO 드라마 시리즈 ‘유포리아’의 여주인공 역 루 베넷으로 만 24세에 에미상 최연소 여우주연상이란 영광을 차지했다. 흑인 여성 배우로서 두 번째 수상이란 기록도 함께 남겼다. 콜먼은 에미상 드레스로 발렌티노의 우아한 블랙드레스 가운을 입었다. 코르셋 스타일의 튜브 톱(tube top·소매가 없는 상의) 드레스에 불가리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스터드형 귀고리와 링, 펜더트 장식의 초커 목걸이(choker·목에 달라붙는 목걸이)가 완벽하게 조화됐다. 불가리 브랜드의 앰배서더답게 불가리 주얼리를 최대한 돋보이게 하는 드레스와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을 선택한 듯 보였다. 콜먼이 착용한 불가리 목걸이에는 무려 7캐럿이 넘는 다이아몬드가 세팅돼 화제가 됐다. 최근 불가리는 젠데이아 콜먼, 블랙핑크의 리사 같은 젊은 세대 스타를 주요 캠페인에 내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바꿔 가는 중이다.
콜먼에 이어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은 에미상 레드카펫 룩의 주인공은 엘르 패닝이다. 엘르 패닝 역시 콜먼처럼 밑단이 길게 뒤로 늘어지는 블랙 실크 드레스와 1950년대 복고풍 헤어를 연출했다. 안감을 핑크 실크로 대조시켜 우아하면서도 엘르 패닝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돋보이게 했다는 찬사를 받았는데, 그녀가 출연한 ‘더 그레이트’의 커스텀 디자이너 샤론 롱이 디자인한 드레스다. 엘르 패닝은 훌루(hulu)의 ‘더 그레이트’에서 캐서린 여제 역을 연기했는데, 자신이 에미상 후보가 된 걸 알았을 때 1950년대처럼 커스텀 디자이너들에게 드레스 제작을 의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레드카펫 룩도 수많은 패션 매체를 통해, 2022 에미상 베스트 드레스로 손꼽혔다.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훌루의 ‘드롭아웃’의 테라노스 설립자 엘리자베스 홈스 역으로 단일 시즌 드라마 시리즈 여우주연상을 받았는데, 섬세한 그물 네크라인의 반짝이는 라일락 컬러의 아르마니 프리베 드레스와 카르티에 귀고리로 우아함을 빛냈다.
2022년 에미상은 비영어권 시리즈 최초로 에미상 6관왕의 영광을 차지한 ‘오징어 게임’과 정호연의 한국적인 드레스에 쏟아진 관심 등으로 특별하게 기억될 것이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에미상이 아니길 바란다’라는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의 수상 소감처럼, 이번 에미상이 한국을 향한 폭발적인 관심의 마지막이 되지 않고, 더 큰 불씨가 되길 바란다.
▒ 김의향
패션&스타일칼럼니스트, 케이노트(K-note)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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