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부를 재편하는 금융 대혁명' 저자 마리온 라부 도이치뱅크 수석 이코노미스트 | "핀테크와 전통 은행, 자동차 산업 발자취 따라 협업할 것"

김보영 인턴기자 2022. 9. 2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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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온 라부도이치뱅크 수석 이코노미스트 파리 PSL대 경제학 및 금융학,런던 정치경제대 경제학 석사,파리 고등사범학교 계량경제학 박사 사진 마리온 라부

“금융 산업은 앞으로 유통사와 제조사가 분리된 자동차 산업의 발자취를 따라갈 것이다. 금융 상품 유통은 핀테크가 맡고, 전통 은행들은 금융 상품을 만들고 관리하는 식으로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될 것이다.”

‘부를 재편하는 금융 대혁명’의 공동 저자 마리온 라부(Marion Laboure) 도이치뱅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핀테크는 빠르고 효율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반인의) 금융 접근성을 높인다”며 이같이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정부가 나서서 시민의 금융 이해력(financial literacy)을 높이고 혁신 기업을 지원하는 등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금융 혁신이 우리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많다는 얘기다. 라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IMF(국제통화기금), 바클레이즈(Barclays) 등 국제 금융 기구와 민간 금융에서 경험을 쌓았고, 암호화폐 보고서는 투자자들이 가장 믿고 보는 분석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암호화폐의 마스터마인드라고 칭한 이유다. ‘부를 재편하는 금융 대혁명’은 지난 7월 국내 출간 당시 교보문고 경제·경영 부문에서 베스트셀러 1위로 꼽히며 화제를 모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핀테크가 발전한 배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 서비스의 균형이 크게 흔들렸다. 자산 및 유동성 위기에 대응해 메이저 금융 기관들은 대출을 막거나 축소했다. 그 결과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이 타격을 많이 받았다. 이 틈을 타 디지털 기술이 새로운 금융 솔루션과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고, 금융 시장에 핀테크 혁신이 일어났다.”

핀테크로 전통적인 금융 기관의 입지가 불안해질 것 같다. 
“금융 산업은 자동차 산업의 발자취를 따라갈 것이다. 자동차 딜러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제조 업체에서 독립했다. 현재 자동차 산업은 판매자와 유통사 그리고 제조 업체로 분류된다. 금융 업계도 비슷할 것이다. 핀테크가 금융 상품의 유통과 판매를 담당하면, 전통 은행은 금융 상품을 만들고 관리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핀테크 기업과 은행은 상호보완적이다. 은행의 입지가 흔들리기보다는 오랜 역사와 함께 쌓아온 명성과 신뢰감을 강력한 무기로 사용할 것이다.”

핀테크의 장점과 한계를 설명해달라. 
“핀테크의 장점은 이용자에게 빠르고 효율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에스토니아 등 각국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다루고 공공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다. 최첨단 핀테크 기술은 신분증, 세금 신고서, 스마트 계약 등을 디지털화한다. 하지만 선진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금융 이해력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38개 회원국 성인 4명 중 1명만이 단리(單利)와 복리(複利)의 개념을 알고 있었고 응답자의 53%가 최저 점수를 받았다. 금융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규 교육과정에 금융 교육이 들어가야 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가 꼭 필요하다.”

핀테크 육성을 위한 정부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개발도상국 및 신흥국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포괄적 금융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인도가 대표적인 예다. 인도 정부는 ‘아드하르(Aadhaar)’라는 바이오메트릭스 신분증을 도입해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아드하르는 12자리 숫자로 이루어진 일종의 주민 번호인데, 통일된 신분증이 없던 인도 국민에게 기본 신분증 역할을 한다. 인도 국민이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싶으면 아드하르로 신분 인증을 하면 된다. 

현재 금융 규제 기관은 규제와 혁신 사이에서 숱한 고민을 한다. 많은 핀테크 스타트업이 시장에 진입하려고 애쓰고 있고, 정부는 혁신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사용하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 ‘M-Pesa’는 기업과 규제 당국이 성공적으로 협력한 사례다. 대안 화폐의 가능성 등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리스크가 있었지만, 영국 기반 국제 통신사인 보다폰(Vodafone)과 규제 당국은 가장 오지에서도 저렴한 비용의 결제 솔루션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책에서 핀테크가 금융 소외 문제를 해결하고 금융 포용을 이룬다고 했다. 
“핀테크는 신흥국들의 불균형을 줄여주는 글로벌 이퀄라이저(equalizer)다. 

핀테크를 통해 신흥국 국민은 예금, 공과금 납부 등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 기본적인 것이지만 이 국민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필수적인 수단이다. 핀테크는 새로운 투자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소외된 계층에게 맞춤형 대출을 제공한다.”

금융 접근성이 커진다고 부의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나. 
“금융 접근성이 개선되면 생산성과 소득 수준을 높일 수 있다. 토스텐 벡(Thorsten Beck) 유럽대학원 고등연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금융이 발전할수록 소득 불평등이 완화되고 소득은 증가한다고 했다.”

책에서 암호화폐의 한계도 지적했다. 비트코인을 어떻게 보나.
“5년 전 비트코인은 약 1000달러(약 140만원)였다. 2021년 11월 6만7000달러(약 9400만원)까지 치솟았고 현재 2만달러(약 2800만원)로 폭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을 등락시키는 주요 요인은 심리적인 것이다. 비트코인은 전적으로 사람들의 희망 사항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데, 이것을 경제 용어로 ‘팅커벨 효과’라고 한다. 동화 ‘피터팬’에서 그의 존재를 믿는 아이들만 요정 팅커벨을 볼 수 있다. 

합리적인 요인도 있다. 수요와 공급이다. 비트코인의 공급은 제한적이지만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 사이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은 제한적이고 고정돼 있다면 장기적인 가격 상승 압박이 있을 것이다.

통화 정책 영향도 있다. 지난 10년간 선진국의 양적 완화가 암호화폐의 인기를 부추겼다. 주요 중앙은행들이 과잉 유동성을 제거하고 있어 비트코인 가격 하락은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 긴축을 하면 위험자산이나 투기적 성향의 투자의 매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암호화폐는 미래에 안전자산이 될 수 있을까. 
“2021년 12월에 실시한 도이치뱅크 조사에서 미국 소비자 3600명에게 비트코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약 50%가 비트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대체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암호화폐 취급 기업이 적고 높은 가격 변동성 때문에 신뢰할 수 없어 특정 거래 결제 수단으로만 사용된다. 게다가 올해 암호화폐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 시장에서 헤지(위험 방지) 수단으로서 가치가 거의 없음이 증명됐다.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달러 같은 안전자산이 강세를 보였다. 에너지 소모가 많고, 안정성과 신뢰성에서 문제가 있는 것도 암호화폐의 한계로 작용한다. “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어떻게 보나. 
“얼마 전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테라·루나 사태 후 ‘테라 같은 스테이블 코인이 급격하게 성장했고, 금융 안정성에 위험 요소가 됐다. 우리에겐 적절한 체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암호화폐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에 시스템 리스크로서 세계 경제를 뒤엎을 가능성이 있을 때 더 엄격한 규제 대상이 된다. 테라·루나 사태는 유동성 부족, 투기 성향 투자 등 암호화폐의 여러 취약성을 보여줬다. 초기 인프라와 시장 형성이 중요할 뿐 아니라, 정보 공개 같은 투명성이 부족하면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사태를 통해 배웠다. 지금까지 라틴아메리카나 아시아 국가에서 코인 가격의 페깅(pegging·코인의 가격을 법정화폐와 연동)이 실패한 사건을 보면 페깅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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