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 배우들 덕분에 '산 넘어 산' 에이스메이커

조연경 기자 2022. 9. 2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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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터까지 옮겼는데, 푸닥거리를 제대로 한 번 해야 할 판이다.

배급사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이하 에이스메이커)가 리스크 있는 영화들을 처리는 하지 못한 채 또 끌어안게 됐다. 애초 흠집이 나 있던 작품이라는 걸 다행 중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까. 불안불안했던 간보기가 결국 매콤함에 사로 잡혔다.

25일 배우 곽도원의 제주도 음주운전 소식이 전해진 후, 각 배급사와 제작사 관계자들은 괜스레 흠칫 몸을 떨며 본인들이 준비 중인 라인업부터 들춰봤다는 후문이다. 한 관계자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 특별출연이라도 했었나 싶은 마음에 확인을 하게 되더라"고 귀띔했다.

'사고 치고 복귀'가 이젠 놀랍지도 않을 정도로 만연한 연예계지만 때마다 간담이 서늘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건 발생 후 복귀의 기회를 대놓고 마련해 주는 것과, 예상치 못한 시기 사고가 터지는 상황은 대응할 수 있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이번엔 '소방관' 에이스메이커와 '빌런즈' 티빙이 일명 똥을 맞았다.

특히 에이스메이커는 주연 배우 때문에 대놓고 홍보하기 찝찝한 작품이 무려 세 편이나 돼 아쉬움을 더한다. 어렵게 개봉일을 잡은 '리멤버(이일형 감독)'와 세상 밖으로 내놓긴 할지 궁금한 배성우의 '출장수사(박철환 감독)', 무기한 보류가 확정된 곽도원의 '소방관(곽경택 감독)'이다.

공교롭게도 26일 오전 '리멤버'의 제작보고회를 준비 중이었던 에이스메이커 측에 곽도원의 음주운전 소식은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남주혁의 개인적 이슈를 열외로 두고 영화에 시선을 조금 더 집중 시키고자 온라인 제작보고회를 택한 노력이 무색하게 곽도원 사고가 날아들어 힘겨움을 더했다.

확고하고 깔끔한 결론이 나온 후 개봉하면 좋았겠지만 계산기를 두드려 본 에이스메이커 측은 늦가을 '리멤버' 개봉 강행을 결정했다. 다만 현재 디즈니+ '비질란테' 촬영에 한창인 남주혁은 공식 석상 외 대부분의 영화 홍보 일정에는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다.

'리멤버'를 내보내도 '출장수사'와 '소방관'이 대기 중이다. 남주혁은 진행형인 사안이지만 배성우와 곽도원은 아니다. 2020년 2월 크랭크인 했던 '리멤버'에 비해 훨씬 앞선 2019년 6월 크랭크인 한 '출장수사'는 주연 중 한 명인 정가람이 군 입대 전 찍었으나 제대 후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 공개되지 못하고 있다.

걸림돌은 배성우다. 배성우는 2020년 11월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 단속에 걸렸다. 물론 '출장수사'는 코로나19 등 여파로 당장 개봉할 계획이 없었지만, 배성우의 사고로 더 더욱 묻혔다. 배성우는 1년 자숙 끝 복귀작으로 '말할 수 없는 비밀'과 '머니게임'을 선택해 이미 활동은 재개했다. '출장수사'를 첫 작품으로 선보일지는 미지수다.

2020년 5월 촬영을 시작한 '소방관'은 6월 곽도원의 스태프 폭행 의혹으로 1차 생채기가 났고, 이번 음주 사태로 완전히 아웃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영화가 개봉을 해도 곽도원은 공식 석상에 아예 나서지 않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모양새다. 이와 관련 에이스메이커 측 관계자는 JTBC엔터뉴스에 "'출장수사'와 '소방관'은 아직 올해 개봉 계획이 없다. 개봉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전했다.

세 영화 모두 작품의 소재와 의미는 또 이보다 깊을 수 없다.

'리멤버'는 가족을 모두 죽게 만든 친일파를 찾아 60년간 계획한 복수를 감행하는 80대 알츠하이머 환자와 의도치 않게 그의 복수에 휘말리게 된 20대 절친의 사연을 그린 친일파 처단 영화. '출장수사'는 사고뭉치 베테랑 형사와 금수저 신참 형사가 의문의 살인사건을 재수사하기 위해 서울로 출장을 가며 벌어지는 스토리. '소방관'은 2001년 홍제동 화재 사건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용감했던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다룬 휴먼 실화극이다.

충무로 관계자들은 사건 후 배우들을 바라보는 시선, 기용에 대한 호불호와 별개로 누구도 작품 공개 자체를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어떻게든 개봉은 하기 마련이고, 심지어 작품이 좋으면 단박에 복귀에 성공하는 배우들도 수두룩해왔기 때문.

하지만 배우들을 캐스팅한 죄에 해당하는 관련사 관계자들은 개봉의 그날까지 머리를 싸매고 마음을 졸여야 한다. 에이스메이커 작품들은 업계 선례를 바탕으로 어떤 또 다른 선례와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한 관계자는 "한창 투자에 적극적이었고, 알짜배기 작품들도 많이 갖고 있는 배급사라 더 안타깝다. 단짠단짠이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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