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던 파운드화의 몰락..사상 최저 가치 기록

박세영 기자 2022. 9. 2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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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달러' 현상이 세계 경제를 덮친 가운데 영국 파운드화가 사상 최저 가치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오전 파운드화 가치는 아시아 시장에서 장중 약 5% 가까이 하락하며 파운드당 1.0350달러까지 밀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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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화 지폐 위에 달러가 놓여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킹 달러’ 현상이 세계 경제를 덮친 가운데 영국 파운드화가 사상 최저 가치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오전 파운드화 가치는 아시아 시장에서 장중 약 5% 가까이 하락하며 파운드당 1.0350달러까지 밀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23일 영국 외환시장에서 1985년 이후 처음으로 파운드당 1.09달러 밑으로 떨어지며 37년 만에 기록했던 최저치를 경신했다. 한국시간 기준 오후 1시 30분 현재 파운드 가치는 파운드당 1.0555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파운드화 가치의 장중 하락 폭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 때인 지난 2020년 3월 이후 최대폭으로, 유로화처럼 파운드 가치도 달러와 동등한 수준으로 떨어지는 ‘1파운드=1달러’ 패리티 현상이 나타날 거란 확률도 63%로 높아졌다. TD증권의 마젠 이사 수석 외환 전략가는 "파운드화 가치가 1.05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면 (파운드와 달러의) 패리티를 실제로 보게 될 것"이라며 "유로화가 패리티 아래로 떨어지는 것도 봤는데 파운드라고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경고했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앞서 트러스 내각이 경제성장 촉진을 위한 감세정책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추락하고 있다. 트러스 내각은 지난 23일 하원에서 소득세 인하, 법인세 인하 철회 등을 통해 2027년까지 450억 파운드(약 67조 9423억원)를 감세한다는 내용이 담긴 예산안을 발표했다. 트러스 내각은 내년 4월에 소득세 기본세율을 기존 20%에서 19%로 낮추고, 최고세율은 45%에서 40%로 내리기로 했다. 이는 당초 계획보다 감세 시기를 1년 앞당긴 것이다. 또 당초 19%에서 25%로 올리기로 했던 법인세 인상 계획을 아예 철회했다. 아울러 한국의 취득세에 해당하는 인지세의 부과 기준이 되는 부동산 가격을 25만 파운드로, 최초 구매자에 대한 부과 기준은 45만5000파운드까지 상향 조정했다.

쿼지 콰텡 영국 재무부 장관은 23일 BBC 인터뷰를 통해 이번 감세 정책이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감세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며 추가 감세 정책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은 트러스 내각의 대규모 감세 정책이 부유층에게 불균형적으로 혜택을 주고,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인상되는 시기에 이뤄지는 만큼 영국의 부채 수준이 높아져 재정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전 뉴욕대 교수는 트러스 내각의 감세 정책으로 영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루비니 전 교수는 24일 트위터에 "영국의 경제가 1970년대로 돌아가 신흥국처럼 평가받기 시작했다"며 "(영국이)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불황)과 결국엔 IMF 구제금융을 구걸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는 영국 주식·외환 등 금융시장을 뒤흔들며 세계 시장으로 확산했다. 파운드화 가치 급락이 달러화 강세를 더욱 부추겼고 이는 아시아 화폐 가치 급락으로 이어졌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증시는 요동쳤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30원을 넘어섰다. 환율이 1430원을 웃돈 것은 2009년 3월 17일(장중 최고치 1436원)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04% 무너진 2220.33을 기록 중이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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