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직책 하나없어도..30년간 비선실세로 살아온 하메네이 아들
기사내용 요약
모즈타바 하메네이, 30년간 父 알리 하메네이 대신 군사조직 관여
최근 이어진 군·경의 이란 시위대 탄압에도 깊게 관여됐다는 의혹
이란 보안 관계자 "최고지도자 못돼도 그는 배후서 국가 조종할 것"
[서울=뉴시스]한재혁 기자 = 이란 내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는 가운데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아들이자 비선실세이인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퇴진을 요구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올해로 53세인 하메네이는 이란 정부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현재 하메네이는 그의 아버지 하메네이가 소유하던 경제 기반을 흡수한 뒤 이란 정부 내 보안 관계자 인사권까지 쥐고 있다.
미국·이란 정부 관계자들은 "(하메네이의 권력에는) 국제 군사 및 정보 작전, 그리고 전국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준군사 조직인 바시즈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사남 바킬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부소장은 "하메네이는 이란 내 보안기구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며 "만약 그가 권좌에 오른다면 우리는 결코 진보주의자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음지에서 활동하던 하메네이가 승계 작업에 나선 건 최근이다. 최근 그의 아버지 하메네이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이뤄졌다.
지난달 이란의 종교계는 하메네이에게 그의 아버지처럼 '아야톨라'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아야톨라는 시아파에서 고위 성직자에게 수여하는 칭호다. 이슬람 신학에서는 철학, 윤리학 등 최고 전문가들이 갖는 칭호로 꼽힌다.
문제는 승계 작업 자체에 이란 국민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의 정치 형태는 1979년 혁명으로 결정됐다. 당시 세습 군주제가 부패했다는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성직자가 통치에 관여하는 현재의 형태가 구성됐다. 그렇다보니 성직자의 아들이 통치권력을 세습받는 모습은 이란 국민들 사이에서 논란을 빚었다.
게다가 최근 미국과의 핵협상이 흔들리고 그로 인한 제재가 이어져 이란 국내 경제가 침체되는 등 이슬람 통치에 대한 불만도 고조되자 이란 국민이 그에 대해서 점점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불만의 기폭제가 된 건 최근 이란 내 시위에 대한 탄압이다. 현재 이란 정부는 시위 참여자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시위 진압으로 인한 공식 사망자는 41명으로 집계되나 국제 인권단체 엠네스티는 최소 50명 이상이 시위 진압으로 인해 사망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된 영상을 보면 시위 진압에 투입된 군·경 병력은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했다. 또한 주민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최루탄을 발사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중에는 하메네이의 영향력 아래 있는 바시즈의 부대원도 개입된 것으로 확인 됐다. 이란 정부의 보안 업무를 맡은 하메네이에게 책임론이 불거지는 이유다.
이 때문에 하메네이의 정치적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 정치적 정당성과 대중의 인지도를 지닌 에브라힘 라이시가 그의 경쟁자로 있다. 반면 그는 공개적인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인지도가 낮다. 또한 이란의 최고 지도자는 전문가 회의라고 불리는 88개 회원 기구에 의해 선출되는데 그의 아버지에게 충성하는 성직자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지만 하메네이가 과반수의 표를 얻을지는 확실치 않다고 WSJ는 전했다.
다만 국민들의 분노와 정치적 위기에도 하메네이가 실각할지는 의문이다. 하메네이의 정치적 기반은 이란의 전통적인 종교인 지도부가 아닌 군부와 준군사조직, 급진적인 성직자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1980년대 이란과 이라크 사이 전쟁이 발발하자 직접 하비브 대대에 입대해 참전하기도 했다.
테네시 대학에서 강의하는 이란 보안 당국 관계자 사이에드 골카르는 "하메네이는 음지에 숨은 절대 권력이며 그의 아버지가 군림하는 30년간 그의 집행자로 일해왔다"며 "그가 설령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되지 못하더라도, 여전히 하메네이는 배후에서 (나라를) 조종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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