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12兆 쏟아붓고 2兆에 넘겨..한화 물밑접촉 한달만에 전격매각
◆産銀, 스토킹호스 방식 매각
"재무 구조 개선 등 시급한 상황
경영역량 갖춘 외부투자자 유치"
産銀, 보안 속 '민간' 찾기 나서
'조선 구조조정 쫓겨 헐값' 논란엔
"빠른 매각으로 손실 최소화" 일축
한화가 13년 만에 대우조선해양의 구원투수로 재등판한 것은 매각가가 당시(6조 원대)의 3분의 1 수준인 2조 원대인 데다 그룹 내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매각 측인 정부와 KDB산업은행 입장에서는 돌고 돌아 다시 한화라는 ‘실기론’에 휩싸일 수도 있다. 한국 조선 산업의 구조 조정을 위한 골든타임 종료가 임박한 가운데 시간에 쫓기며 헐값 매각 논란도 불거질 조짐이다. 하지만 산은 입장에서는 2019년 한국조선해양 매각 당시보다는 높은 가격이고 현 주가를 볼 때 6000억~7000억 원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았다는 점에서 손해만 본 매각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손실 최소화를 위해 과감한 투자, 경영 효율화를 할 수 있는 ‘민간 주인 찾기’로 정상화하는 게 국민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여타 채권단의 협조를 얻어 크레디트라인 등 기존 금융 지원 방안을 거래 종결일로부터 5년간 연장할 계획이지만 그 이후에도 이 같은 지원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조선 업황에 따라 또다시 대우조선해양에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6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과 한화그룹 간 2조 원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포함한 조건부 투자 합의(MOU)는 이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강 회장이 14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우조선해양이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있어야 하는데 산은하에서는 그런 투자가 어렵다”며 “대우조선해양이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빠른 매각이 필요하다”고 말한 지 12일 만이다. 강 회장은 이날 대우조선해양 전략적 투자 유치 절차 개시를 알리는 자리에서도 “안정적인 영업 활동을 영위하고 미래 신사업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영 및 재무 역량을 갖춘 외부 투자자 유치를 통해 대규모 자본을 확충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게 시급한 상황”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중순부터 산은이 한화 등 인수 후보 기업들과 물밑 접촉을 했고 한화의 경우 최고경영자와의 회동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 유치를 위한 여러 방안 중 사회·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신주 인수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는 게 산은 측의 설명이다. 강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체질 개선과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역량 있는 ‘민간 주인 찾기’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판단했다”면서 “통매각, 분리 매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해당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재무적으로 뒷받침이 가능한 매수자를 물색해 국내 대기업 계열에 투자 의향을 타진해왔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날 딜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을 산은은 분명히 했다. 강 회장은 “오늘 발표는 한화그룹을 최종 인수 대상자가 아닌 우선협상 대상자 격인 스토킹호스로 선정한다는 것”이라며 “향후 일정 기간 동안 한화를 뛰어넘는 더 좋은 오퍼(제안가)를 넣는 기업을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산은은 당장 27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약 3주간 경쟁입찰 공고를 낸 뒤 최대 6주(4+2주)간 상세 실사를 진행한다. 잠재 투자자는 한화와 동일한 조건에서 실사에 참여할 수 있다. 물론 한화는 우선협상 대상자로서 투자 우선권 행사가 가능해 다소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결합, 방산 승인 등 거래 관련 국내외 인허가 취득 후 유상증자를 실시해 거래는 내년 상반기쯤 종결된다. 3대 조선사 간 저가 수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강 회장은 “현대중공업과의 합병 무산으로 ‘빅2’ 체제 전환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면서 “제3의 전략적투자자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해외 경쟁 당국에서 기업결합 심사가 있을 테지만 현대중공업처럼 동일한 조선 업종을 영위하는 기업 간 거래가 아니라서 기업결합 이슈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종 매각가는 잠재 투자자와의 경합 과정에서 더 올라갈 여지도 있으나 2조 원대를 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헐값 매각이라는 비판에 대해 강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을 정상화시키는 게 국민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민영화 과정에서의 대대적인 구조 조정 우려에도 “대우조선해양에 일감이 몰려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구조 조정은 없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기우로 치부했다.
강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은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만큼 성공적인 거래 종결을 위해서는 이해관계자의 폭넓은 이해와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역량 있는 민간 주체의 비전과 전략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의 중장기 경쟁력이 다시 살아나고 더 나아가 세계 최고의 조선 해양 전문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집에서 밝힌 해운·조선 산업 성장을 통해 ‘신해양강국’으로 재도약하겠다는 비전과 맞닿아 있다.
유현욱 기자 abc@sedaily.com윤지영 기자 yjy@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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