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 EU 돌풍에 극우 집권..러와 대치 속 '유럽 결속력' 시험대
상·하원서 각각 44%대 득표율
멜로니 "나라 하나로 통합 주력"
집권 경험 없어 재정 파탄 땐
유럽 재정위기 재현 가능성도
佛·스웨덴에서도 극우 바람
'반러 연대' 협력에 균열 우려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100년 만에 첫 극우 지도자가 탄생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 각국은 총선 결과에 벌써부터 좌불안석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에서의 극우 성향 총리 등극이 가뜩이나 위기에 처한 유럽에 심각한 균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는 유럽의 러시아 제재에 보조를 맞추고 이탈리아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이 약속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이탈리아 내무부에 따르면 총선 개표가 진행 중인 26일 오전 6시 30분(현지 시각) 현재 FdI가 이끄는 우파연합이 하원과 상원에서 각각 43.9%와 44.1%의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원 개표가 95.1%, 상원은 96.5% 진행된 점을 고려하면 우파연합이 정부 구성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인 40%를 넘겨 정권을 잡을 것이 확실시된다. 100년 만의 극우 정권 지도자이자 이탈리아의 첫 여성 총리가 될 멜로니 FdI 대표는 사실상 당선이 확정된 후 당사 연단에 올라 “만약 우리가 이 나라를 이끌게 된다면 이탈리아를 갈라놓기보다는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주력할 것”이라며 “지금은 책임감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통합과 단결을 외친 멜로니 대표의 연설에도 이를 바라보는 EU의 시선은 불안하다. ‘반러시아 연대’를 공고히 하며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에 등극한 이탈리아 우파연합은 뚜렷한 친러 색채를 띠기 때문이다. 멜로니 대표와 함께 우파연합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동맹(League) 대표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진이탈리아(FI) 대표는 익히 알려진 친푸틴 인사로 유럽의 대러 제재에 불만을 토로해왔다. 멜로니 대표 역시 이전부터 대표적인 친푸틴계 인사로 꼽혀왔다.
유럽에서는 최근 총선을 치른 프랑스와 스웨덴에서 극우 정당이 원내 주요 세력으로 자리매김하는 등 이미 ‘극우 바람’이 거세다. 자국 이익을 중시하는 우파 세력이 득세할수록 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EU의 협력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AEA) 사무총장은 “올겨울 유럽 국가들이 이웃 국가들로의 전력 수출을 중단하거나 국가 간 협력을 중단하면 ‘광란의 서부 시대’가 펼쳐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탈리아의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50%에 달하는 상태에서 집권 경험이 전무한 FdI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할 경우 유럽 재정위기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파연합은 선거 과정에서 연금·복지 분야의 공공지출 증가와 더불어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를 공약했다”며 “만약 정부가 이 정책을 전면 시행할 경우 시장의 심각한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476%까지 올라 2013년 이후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그만큼 이탈리아의 경제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다만 이 같은 경제난 때문에 새 정부가 당장 재정을 파탄으로 몰아가거나 ‘우파 본색’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총선 이후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4%보다 크게 낮은 0.6~0.7%로 수정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이탈리아의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8월 인플레이션율이 9%에 달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재정 완화를 하기도 어렵다. 멜로니 대표도 지난달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EU의 재정준칙을 준수해나갈 것”이라며 “나는 국가재정을 파탄 낼 정도로 무책임하고 부주의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변동이 심한 이탈리아 정치 현실에서 연합세력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이탈리아는 1946년 공화국 수립 이래 77년간 무려 69개의 정부를 거쳤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출신으로 이탈리아 정치에 안정을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던 전임 마리오 드라기 총리마저 1년 5개월 만에 사임했다. 급진우익분석센터의 발레리오 알폰소 브루노 연구원은 FT에 우파연합 내 세 지도자의 경쟁이 언제든지 격화할 수 있다며 “정부의 앞날이 순탄할 것 같지는 않다”고 봤다. 새 국회 개원일은 10월 13일로 차기 정부는 10월 말 이후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번 충전에 471㎞ 달린다' 벤츠 'E클래스' 전기차 가격은
- '만취운전' 곽도원, 출연료 전액 토해낸다…문체부 광고 내용은?
- 골프장서 너도나도 붙이더니…8만장 팔렸다
- 장원영 옆 그 친구 누구지?…'파격 발탁' 신인모델 알고보니
- '하이브리드 보다 더 낫다'…잘 나가는 '이 車' 비결은
- '빨리 대피하라' 끝까지 방송…아울렛 40대 직원 의식불명
- 하천에 빠진 女 구한 시민…알고보니 '맥주병'이었다
- '마이너스 수익, 단 하루도 없다'…3조 몰린 이상품은
- [르포] 10명중 9명 마스크 착용…'썼다 벗었다 귀찮아 계속 쓸래요'
- 1000만 탈모인의 희소식…'모낭 없는 머리카락도 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