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산은 관리체제 한계 직면..대우조선 '헐값 매각' 논란일 듯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한화에 매각한 것은 지난 21년간의 채권단 장기 관리체제를 더는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대우조선해양에는 그동안 총 13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투입됐으나 정상화는 여전히 요연한 상황이다. 도리어 올해 6월 발생한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 때는 저임금 구조 고착화, 장기 경영 계획 실종 등 조선업 전문성이 없는 산은의 구조조정 한계가 드러났다.
대우조선해양은 대우그룹이 무너진 이후인 2001년부터 대주주(지분 55.7% 보유)인 산은의 관리 체제 아래 있다. 투입된 직간접적인 공적자금만 13조원에 달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2015년 4조2천억원의 대출을 해줬으며, 지난 2017년에는 한도여신(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2조9천억원을 지원했다. 또 산은과 수은이 출자전환, 영구채 전환, 유상 증자 등으로 간접적으로 자본을 확충한 규모도 6조1천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경영 정상화는커녕 공적자금 투입이 더 필요한 상태다. 지난해 1조7546억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4701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523.16%에 이른다.
올해 6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에서도 산은 관리체제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산은이 매각을 위해, 파업의 발단이 된 저임금 구조를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선업 전문성이 없는 산은이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장기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민간 회사가 되면 과도하게 저렴한 가격으로 수주하는 일은 없어져 업계 공정 경쟁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조선업계 전문가도 “시황 사이클이 매우 긴 조선업은 장기 전략 및 계획이 굉장히 중요한데, 공공부문(산은 관리체제)은 단기적인 인사로 인해 장기 전략을 실천하기 어렵다. 대우조선해양이 망가진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민간으로 넘어가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헐값 매각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2008년에도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시도했는데, 당시 협상 가격이 6조원대로 14년 만에 2조원대로 내려왔다. 수조원대의 공적자금 투입 규모를 고려할 때 매각가 2조원은 너무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산은은 “원활한 투자 자본(한화) 유치와 경영정상화를 위해 기존 금융지원 연장 등 추가지원 방안을 채권단과 함께 마련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26일 설명회에서 “현재 (산은의) 공적자금 손실은 3조5천억원(대손충당금 1조6천억원, 주식손상액 1조8천억원 등)으로 추정된다. 향후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이 정상화되면 대손충당금이 이익으로 환원될 수 있고, 또 주가가 매입가 수준으로 오르면 투입 금액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의 방산·상선·해양 등 모든 사업부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인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화는 지난 7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 방산·한화디펜스 등 방산계열사를 통합해 한국형 록히드마틴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방산 부문에서 육·해·공 관련 사업을 모두 갖추게 된다. 전투기 엔진·자주포 등에 잠수함·초계함 등 제품군을 추가하게 되는 것이다. 국외 무기 수출 시 육군·해군 전력체계를 묶어 판매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방산사업 시너지 효과만이 주로 강조돼왔지만, 상선·해양부문에서도 기술력 증대 및 비용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태양광·수소 등 친환경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대우조선해양의 친환경 선박 기술과 결합해 기술력을 강화할 수 있다. 해상 풍력사업도 보유하고 있어 대우조선해양의 해상풍력 하부구조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해상운송 수요가 큰 ‘화주(운송 화물 소유주)’이기도 하다. 한화솔루션·한화토탈·한화임팩트(구 한화종합화학) 등 화학계열사들은 원료·완제품을 선박에 실어 대량 수입·수출한다. 대우조선해양을 품으면, 운송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대우조선해양에 선박을 건조하라고 조건을 걸 수 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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