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영상에 잡혀" MBC자막과 같은 글 방송 30분전 돌아
與 "MBC, 지라시 유포했다면 의도 밝히라"
MBC " '좌표 찍기' 통한 부당한 언론 탄압"
윤석열 대통령의 소위 ‘미 의회·대통령 대상 비속어 사용’ 논란이 불거진 배경에 더불어민주당과 MBC 간 사전(事前) 유착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 민주당은 ‘해당 영상은 MBC 보도 이전에도 온라인에서 먼저 돌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사건 당일 아침, MBC가 공식적으로 동영상을 공개하기 1시간 전, 누군가 영상매체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게시물 2건이 26일 뒤늦게 주목을 받았다. 그 게시물은 당시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윤 대통령 발언을 전한 것이었는데, MBC 내부 결정으로 추정되는 사항이나 실제 MBC 자막과 거의 동일한 글이 함께 담겼기 때문이다.
26일 온라인에서는 동영상 온라인 커뮤니티 ‘DVD프라임’ 게시판에 22일 오전 9시 정각에 올라온 글이 화제가 됐다. 최근 논란이된 ‘윤 대통령 발언’ 영상이 방송사 유튜브 등을 통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기 1시간 전 시점에 올라온 글이었다.
작성자의 필명은 ‘그겨울의OO’. 그는 ‘윤석열 대형 사고 쳤네요’라는 제목 아래 “조금 전에 현지에서 행사 끝나고 나오는 길에 미 의회와 바이든을 모욕하는 발언이 우리 취재단 영상에 잡혔다고 한다. 상상도 못할 워딩”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실에서 보도 막으려고 하는데 못 막는 분위기라고 한다. 곧 보도 나온다”고 했다.
이 글에 댓글이 줄줄이 붙었다. 그러자 작성자는 오전 9시 18분 댓글에 대한 댓글을 달아 “대통령실에서 비보도 읍소하고 있다고 하는데, 일단 MBC는 내보낸다고 합니다”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아니라 우리 취재단이요?’라는 물음에는 “네. 저희 방송사 풀 취재단 영상에 잡혔다고 합니다”라고 답했다. 출처를 묻는 말에는 “현지 취재 가 있는 대통령실 출입기자 전언”이라고 했다.
이 글쓴이는 이날 오전 9시 28분 새로운 글을 올렸다. 그는 “기자들이 대통령실 비보도 요청받아줬다는 얘기가 있어 열 받아 그냥 공개한다”며 카카오톡 지라시 형식의 글을 공유했다.
‘받/’(받은 글)이라는 표기와 함께 시작하는 이 글에는 MBC 최초 보도 속 자막과 거의 똑같은 글이 담겼다. 단 하나 다른 대목은 MBC 자막 속 ‘바이든은’이 ‘바이든이’로 표현된 것뿐이었다. 글쓴이는 “영상도 있는데 어떻게 올릴지 모르겠다”고 했다.
26일 MBC노동조합(제3노조)과 국민의힘, 유튜브 기록 등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 영상은 ‘풀(취재 후 타 언론사와 공유)’을 담당한 MBC 영상 취재기자가 뉴욕에서 찍었다. 영상은 22일 오전 6시 28분 서울로 전송됐다. MBC가 대표 취재한 영상이었기에, 영상은 같은 시각 MBC는 물론 KBS·TV조선 등 전 방송사로 동시에 전송됐다. 영상엔 엠바고(보도 유예)가 걸려 있었다.
이 엠바고는 그날 오전 9시 39분 해제됐고, MBC는 이 영상을 1분12초짜리로 잘라 그날 오전 10시 7분 유튜브를 통해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했다. 제목은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였다.
그런데 MBC보도는 물론 엠바고 해제도 되기 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9시30분에 시작된 정책조정회의에서 시작 3분만에 해당 영상을 언급했다.
‘정언(政言)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MBC 노조는 “영상 취재 풀기자단의 영상은 외부 유출이 안 되는 상황이었고 타사 기자들은 단신이나 동영상 제작을 하지 않던 상황에서 어떻게 오독한 자막 내용의 비속어 발언 정보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오전 9시경에 들어갈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25일 “민주당 인사들은 어떻게 보도유예가 풀리기 전 ‘문제의 영상’ 존재를 알았느냐”며 “민주당 기획, MBC 제작이냐”고 했다.
이에 대한 민주당 해명은 ‘인터넷을 통해 먼저 알았다’고 했다. 전용기 민주당 원내대표 비서실장은 26일 긴급 입장문에서 “지난 22일 오전 보도가 나기 전 대통령의 욕설 영상과 내용이 온라인상에 돌았던 건 대부분의 기자와 대통령실 대변인단도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민주당은 이러한 영상을 확인해서 대응을 했던 것”이라고 했다. MBC로부터 받은 게 아니란 취지였다.
국민의힘은 26일 “만약 MBC가 보도 전 이미 영상을 찌라시(받은 글)로 유포했다면 그 의도를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26일 논평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찌라시로 기획, 박 원내대표가 기다렸다는 듯 선동했다”며 “박 원내대표는 영상을 어떻게 봤는지, 그리고 어떻게 확신에 차서 왜곡 발언을 했는지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MBC는 입장문에서 “황당한 의혹”이라고 했다. MBC는 “윤 대통령의 발언 영상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 온라인에 퍼졌기 때문에 박 원내대표가 MBC 보도 이전에 충분히 관련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좌표 찍기’를 통한 부당한 언론 탄압에 강력히 유감을 표하며, 이에 굴하지 않고 의연하게 진실 보도를 해 나가겠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다자 연애’ 대학생 실명∙얼굴 공개한 목사, 벌금형 확정
- AMD, AI 데이터센터 매출이 절반 육박...인텔도 제쳤다
- 돼지 운반 차량 전도, 돼지 30마리가 고속도로에 쏟아져
- 美2살 아이 뱀 물려 응급실 갔더니 청구서 ‘4억원’... 왜?
- “사진에 방해돼”…구명조끼 거부한 인플루언서 2명, 요트 침몰로 사망
- “워크숍 위탁사의 실수였다”… 정선군청이 밝힌 ‘40인분 노쇼’ 전말
- 檢, 코인 시세 조종 관련 압수수색…금융당국 ‘패스트트랙’ 이첩 첫 사례
- 美 서머타임 3일 해제…시차 1시간 더 늘어납니다
- 국민연금 면제해줬더니 ‘호화 생활’…외제차 몰고 해외까지
- [쫌아는기자들] 크림, 사용자는 쉽지만 운영자는 어려운 입찰의 뒷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