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마키아벨리의 경고
언론의 카메라와 마이크에 둘러싸인 현대의 정치인들은 자신의 사적 대화가 노출될 위험을 늘 안고 산다. 최근에도 국민의힘 권성동 전 원내대표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휴대폰 메시지가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잡혀 곤욕을 치렀다. 사적인 대화가 공개됐을 때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파장은 달라진다.
지난주 열린 제23회 세계지식포럼에서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같은 권위주의적인 권력자들의 폭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세력의 최종적인 승리를 낙관했다.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절대 권력자 혼자 내리는 결정보다 비록 과정이 더딜지라도 더 나은 결론을 내놓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후쿠야마 교수의 대담이 있었던 그날 윤석열 대통령의 논란이 된 발언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의 발언 내용은 일국의 대통령이 내뱉기에는 함량이 부족한 단어들로 가득 찼다. 욕설 자체에 대해 대통령실은 부인하고 있지만 대응의 미숙함은 그대로 드러났다. 대통령실 내부에 민주적 논의 과정이 작동되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반대 여론은 지지로 전환할 수도 있고 내려간 지지율도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지도자의 언행이 조롱의 대상이 되는 순간 이를 극복하기는 쉽지가 않다. 마키아벨리도 '군주는 마치 암초를 피하듯이 경멸받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길로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을 위해서도, 나라를 위해서도.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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