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대외협력실이 비속어 발언 어떻게 해줄 수 없나 요청했다"
대통령실 영상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 '허위보도' 규정에 이례적 입장문
"어떠한 왜곡과 짜깁기도 없어…특정 방송사 영상기자 음해 우려"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대통령실 영상기자단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이 왜곡돼 보도됐다는 여권 주장에 대해 “어떠한 왜곡과 짜깁기도 없었음을 밝힌다”며 “특정 방송사의 영상기자를 음해하는 공격과 보도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문제적 발언은 대통령실 측에서 먼저 확인을 요청했다는 입장도 밝혔다.
대통령실 영상기자단은 26일 입장문을 내어 “해당 발언이 취재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왜곡도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밝힌다”라며 “행사에서 문제가 된 '대통령 비속어 발언'은 영상 기자가 우리 대통령이 퇴장하는 모습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안보실장 등과 함께 퇴장하며 해당 발언을 했기 때문에 담기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애초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은 영상 기자들이 아닌 대통령실 대외협력실(구 국민소통관실) 요청을 계기로 알게 됐다고 밝혔다. “시끄러운 현장이라 당시 이런 발언이 있는 것을 취재한 영상기자들도 처음엔 모르고 있었다. 오히려 대외협력실에서 해당 영상을 확인해보자고 했기에 내용을 인지할 수 있었다”며 “영상을 확인한 대외협력실은 이를 보도되지 않게끔 '어떻게 해줄 수 없냐'라고 요청했지만, 영상기자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발언을 보도할지 말지는 각사가 판단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어 “당시 대통령실 취재기자들 역시 해당 발언이 민감했고 아직 대통령실 엠바고가 풀리지 않은 시점이라 보도 여부도 결정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와중에 어떤 경위로 영상이 돌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국회 기자들과 보좌관들 사이에서 해당 영상을 캡처한 화면이 공유되었다”며 “엠바고 해제 2시간 전 이미 해당 영상은 한국으로 송출되었고 풀단에 속한 방송사 관계자라면 누구나 영상에 접근할 수 있었다. 현재 엠바고를 어기고 외부로 영상을 유출한 게 현장 풀 기자단이라고 타깃 삼아 의심하고 비난하는 보도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시각”이라고 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다른 일정 등으로 바쁜 상황이라 해당 영상을 편집해 공유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고도 밝혔다.
영상기자단은 “보도 이후 해당 영상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대통령실 반응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의 정당한 취재 요청으로 간 영상 기자가 취재할 수 있는 위치에서 담은 영상에 무슨 진위를 따진다는 것인지부터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이 영상은 풀 취재단이 찍은 영상이라고 재차 확인해 주었음에도 이후 브리핑에서도 '짜깁기와 왜곡'이라고 발언해, 해당 영상을 취재한 영상 기자들은 매우 참담한 심정을 느꼈다”며 “저희 스스로 떳떳하고, 해당 자리에서 계속 풀단이 취재한 영상임을 인지시키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에 더 크게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그동안 저희 입장을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취재 과정을 문제 삼는 보도와 발언이 이어지고 있어서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들은 “우리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은 문제가 되는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영상취재 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왜곡, 짜깁기도 없었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며 “대통령실 영상기자단의 취재행위를 왜곡하고, 엠바고 해제 이전에 영상이 유출된 경위에 대해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영상기자단은 “현재 해당 발언이 가진 문제점과 잇단 대통령실의 해명과정에서 생겨나고 있는 국민들의 혼란과 실망에 대한 제대로 된 조치는 없고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며 “이로 인해 영상기자들을 포함한 언론인과 언론사의 취재자유, 언론자유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바”라고 비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뉴욕 현지시간으로 21일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고 난 뒤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고, 해당 영상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질병퇴치를 위한 글로벌 펀드에 6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비속어는 미국 의회를 의미한다고 해석됐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현지시간 22일에야 '이XX들'은 한국 국회, '바이든'으로 알려진 대목은 '날리면'이라며 대통령 비속어 보도를 “짜깁기와 왜곡”이라 말했다. 이후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비속어 보도를 허위, 조작왜곡방송이라고 규정하고 나선 가운데 26일 윤 대통령도 “사실과 다른 보도”,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허위보도”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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