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우조선 빅딜]조선 빅3, 지각변동 올까
대우조선해양의 새로운 선장으로 한화그룹이 승선할 전망이다. 국내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도 새로운 경쟁 구도에 직면하게 됐다. 업계는 한화그룹의 '의지'에 따라 경쟁 양상이 상당히 바뀔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한화그룹, 2조 투입해 대우조선해양 '꿀꺽'
산업은행은 26일 대우조선해양과 한화그룹이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이번 인수로 조선 산업 진출과 함께 주력인 방산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 자체만 봐도 향후 3년 반~4년간 일감인 288억달러(약 41조원)의 수주 잔량을 보유하고 있어 안정적 성장이 기대된다는 판단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최근 LNG(액화천연가스)선을 중심으로 노후선박 교체 수요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선박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며 "조선업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다시 제2의 빅 사이클 초입에 돌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 경쟁' 기대감
국내 조선 업계에선 일단 이번 딜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공적 자금이 대거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이 오너십을 기반으로 책임경영에 나설 경우 과거처럼 저가 수주경쟁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한 조선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에 주인이 없는 구조에선 기본적으로 공정 경쟁이 안 됐다"며 "자기 돈을 쓰지 않아 방만 경영을 하는 일부 업체가 저가 수주를 시도하면 시장가격이 점점 낮아져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이 시장에 존재하는 상황에 대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화그룹의 경우에도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저가로 수주한 물량을 상당부분 해소했다"고 인식하고 있을 정도다.
또한 국내 조선 빅3 체제 유지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점에서도 긍정적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올해 초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한국조선해양(당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추진에 대해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시장 독점 가능성을 이유로 불허한 바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EU의 반대 때문에 국내 조선사끼리 어차피 합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규모 투자 비용과 국가적 가치를 고려하면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과 같은 국내 사업자를 주인으로 찾은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공적 자금이 투입된 기업은 특성상 노조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며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면 긍정적 변화"라고 말했다.
조선 업계, 경쟁 과열될까
다만 조선 업계에선 대기업 집단인 한화의 참여로 자칫 시장 경쟁이 과열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도 있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계기로 '글로벌 그린 에너지 메이저' 기업으로 자리잡는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과의 LNG 분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화그룹측은 "한화는 이미 LNG를 미국에서 수입해 통영에코파워가 발전하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며 "여기에 대우조선의 LNG 해상 생산 기술과 운반(LNG운반선), 재기화 설비(FSRU)까지 더해지면 수요가 급증하는 LNG 시장에서 전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생산 및 발전사업과 한화임팩트의 수소혼소 발전기술, ㈜한화의 에너지 저장수단으로서의 암모니아 사업 등을 대우조선의 에너지 운송사업과 연결하면 '생산-운송-발전'으로 이어지는 에너지 밸류체인도 새롭게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경영 효율화를 위해 인력이나 설비 규모를 가혹하게 줄이는 결단을 할 수도 있다"며 "이럴 경우 기존 조선사들 입장에선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업 규모를 줄이려고 투자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일감도 이미 많이 확보된 만큼 사업 규모를 줄이는 방향성은 선택하긴 쉽지 않을 것이고, 특히 조선 부문 인력은 수주 물량의 생산과 선박 인도를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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