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유증으로 대우조선 2조 수혈..채권단 5년 금융지원 약속

신찬옥,최근도 2022. 9. 26. 17: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내 본계약 체결 목표
매각가 주당 1만9150원으로
現주가 2만4950원보다 낮아
한화 지분 49.3% 최대주주로
産銀 지분은 55.7% → 28.2%
영구채 금리도 저금리로 유지
우선협상 진행하되 경쟁입찰도
他후보 안나오면 한화 품으로

◆ 대우조선 매각 ◆

KDB산업은행이 한화그룹에 대우조선해양을 전격 매각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매각 가격과 지분 관계, 향후 절차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매각은 대우조선이 한화그룹과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경쟁입찰로 최종 투자자를 결정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된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26일 간담회를 열고 "대우조선을 정상화하려면 민간 대주주로 전환하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라며 "매각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국민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유상증자 방식으로 2조원을 투입해 대우조선 경영권을 확보한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지분 49.3%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고 산은은 28.2%로 2대 주주로 남는다. 한화그룹 계열사별 투자금액을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조원, 한화시스템이 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가 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이 1000억원을 부담한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각각 대우조선 지분을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산은은 2대 주주로 기존 금융 지원 방안을 연장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힘을 보탠다. 강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한화가 1대 주주이고 산은도 적지 않은 지분이 있어 한화그룹 의사를 존중하면서 책임 있는 경영을 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라며 "다만 지분율이 꽤 높은 만큼 사외이사를 파견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은 한국수출입은행과 채권단의 협조를 구해 거래 종결일로부터 5년간 기존 금융 지원(대출, 크레디트라인 2조9000억원 등)을 연장하기로 했다. 수은은 2조3300억원어치 영구 전환사채(CB) 이자를 유예해주고 있는데, 당분간 이 영구채 금리도 완만하게 올리면서 저금리로 유지해줄 방침이다.

2조원이라는 매각 가격은 증권 발행 공시 기준에 따라 기준 주가에서 10% 할인해 계산했다. 유상증자 가격 기준 1만9150원으로 이날 종가인 2만4950원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일각에서 '헐값 논란'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계속 공적 자금을 쏟아부을 수도 없어 지금으로서는 빠른 매각이 중요하다는 산은 입장에 힘이 실린다. 대우조선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총부채는 10조4740억원, 부채비율은 676%에 이른다. 올 상반기 기준 영업손실은 5696억원이며, 이자 등 금융비용만 9167억원에 달한다.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이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했지만 경쟁입찰이 남아 있다. 27일 입찰 공고 후 다음달 17일까지 3주간 입찰의향서를 접수한다. 이후 최대 6주간 상세 실사가 진행되는데 이는 한화그룹과 경쟁입찰에 참여한 잠재투자자가 동일한 조건에서 실시한다. 최종 투자자가 선정된 후 본계약(신주인수계약)을 맺는데, 이때 한화그룹은 우선협상자로 투자 우선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유상증자는 기업결합과 방산 승인 등 국내외 인허가를 받은 후 가능하다. 강 회장은 "연내 본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목표로 딜이 끝날 때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이 투자한 공적 자금을 어떻게 회수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산은은 지금까지 대우조선에 신규 자금 4조1000억원을 지원했다. 이 중 손실은 3조5000억원으로 추정되고, 대손충당금은 1조6000억원이다. 강 회장은 "향후 대우조선이 요주의 여신에서 정상 여신으로 분류되면 우리가 쌓은 1조6000억원이 이익으로 환원될 것"이라며 "대우조선을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만들어 주식 가격이 오르면 투입한 금액의 상당 부분도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은은 한화 측과 처음부터 통매각을 전제로 협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은 지난달부터다. 한화가 상세 실사를 실시한 뒤 우발채무가 발생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 통상적인 부분에서는 상호 이행 의무가 있어 이행강제금을 대체했다고 산은 측은 밝혔다. 강 회장은 "해외 경쟁당국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하겠지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처럼 동일한 조선업종을 영위하는 기업 간 거래가 아니라서 기업결합 이슈는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라고 봤다. 강 회장은 "대우조선은 자본 2조원을 확충해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민간 대주주가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를 하는 등 국내 조선업의 질적 성장을 유도할 수 있고, 한국 조선업 경쟁력도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신찬옥 기자 / 최근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