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우조선 새주인된다..2조원 유상증자 방식
한화, 2009년 무산 이후 13년 만 재도전
대우조선해양이 2001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21년 만에 한화그룹에 매각된다. 2조원의 신주를 발행하고 이를 한화가 매입하는 방식이다. 한화는 2008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이듬해 최종 결렬된 지 13년 만에 대우조선 인수에 다시 도전한다. 올 초에는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가 최종 결렬됐다.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26일 대우조선과 한화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원)이 총 2조원을 투자하면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최대주주(지분율 49.3%)가 된다. 산업은행 지분율은 55.7%에서 28.2%로 낮아진다.
최종 투자자는 경쟁입찰 절차(스토킹호스) 이후 확정된다. 산은은 약 3주간 한화 외 다른 기업을 대상으로 입찰의향서(LOI)를 접수하고 참여사가 있으면 한화와 함께 최대 6주간 상세실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다만 산은은 이날 대우조선과 한화의 MOU 체결을 앞두고 다른 국내 기업들을 접촉했고, 기업결합 이슈가 있는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은 입찰 대상에서 제외할 예정인 만큼 다른 참여사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조선 사업에 대한 이해가 높고 재무적으로 (인수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국내 대기업 계열에 투자 의향을 타진했고 한화가 인수 의향을 표명했다”면서 “대우조선은 (한화 인수 확정 시) 2조원의 자본 확충으로 향후 부족자금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 재원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산은은 이르면 올 연말까지 본계약을 체결하고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거래를 종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와 산은의 대우조선 ‘민간 주인 찾기’는 이번이 세 번째이다. 대우중공업은 1999년 8월 워크아웃을 발표했고 이듬해 10월 대우조선공업(현 대우조선)·대우종합기계·대우중공업으로 분할됐다. 대우조선은 2001년 8월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산은은 2008년 10월 6조7000억원대의 대우조선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컨소시엄을 선정했으나 나 금융 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이듬해 1월 매각이 무산됐다.
2019년 1월에는 산은이 갖고 있는 대우조선 지분 전량을 현대중공업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에 현물출자하고 그 대가로 한국조선해양 주식을 받는 방식의 민영화 계약이 발표됐다. 거래 규모는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 출자액 1조5000억원을 포함해 약 2조원대였다. 그러나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지난 1월 기업결합을 불허하면서 대우조선 매각은 다시 무산됐다.
강 회장은 ‘국내 조선산업을 빅2로 재편해 저가 수주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이동걸 회장 재임기간 중) 산은의 구상이 달라진 것이냐’는 질문에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의 합병이 무산되면서 빅2로의 재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고 조선업을 영위하지 않는 제3의 전략적 투자자가 인수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 됐다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 대주주가 대우조선을 경영하면 수주 단가 문제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헐값매각 논란도 제기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2조원은 너무 싸다는 얘기다. 대우조선이 발행할 신주는 보통주 1억443만8643주이다. 이날 산은의 공식 발표 전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한다는 언론보도 후 대우조선은 전 거래일보다 2950원(13.41%) 오른 2만4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2조6057억원어치이다. 전 거래일 종가를 기준으로 해도 2조2977억원이다.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은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태가 불거진 2015년 이후에만 구조조정에 한도대출을 제외하고 4조2000억원을 투입했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이번 방안이 국민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반박했다. 강 회장은 “가중평균 주가 등을 공정가 평가 기준에 따라 유상증자 가격을 주당 1만9050원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산은이 21년간 대우조선 대주주로 있었고 그동안 기업가치는 속절없이 하락해 지난해 1조7000억원, 올 상반기 6000억원의 손실을 냈다”고 말했다.
자금 회수 계획에 대해서는 “향후 대우조선 여신이 정상 여신으로 분류가 되면 대손충당금이 이익으로 전환되고, 현재 2만원대에 머물러 있는 주가가 매입 당시 가격인 4만원 근방으로 오르면 투입한 금액의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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