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악재 덮치자.. 코스피 '푹' 환율 '쑥'
26일 증권시장이 급락했다. 환율은 하루만에 20원이 넘게 뛰어 1430원선을 단숨에 돌파했다. 지난주말부터 이어진 미국과 유럽발 악재가 금융시장을 짓눌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경기침체 공포가 이어졌다. 여기에 영국 정부의 감세안 발표와 이탈리아 극우 정권 출범 소식 등 유럽발 악재도 이날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02%(69.06포인트) 하락한 2220.92에 마감했다. 지난해 장중 고점인 3316.08(6월 25일) 대비 1000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으로, 종가 기준 2020년 7월 27일(종가 2217.86) 이후 최저다. 장중 한때 2215.36포인트까지 내려가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2220선 마저 붕괴했다.
코스닥지수는 36.99포인트(5.07%) 내린 692.37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가 7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20년 6월 15일(693.15) 이후 2년 3개월여만이다. 이날 하루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시총)은 54조4000억원, 코스닥시장 시총은 16조6000억원 각각 감소해 증시에서 약 71조원의 시총이 증발했다.
가파른 원·달러 환율 상승에 증시가 연중 저점을 경신할 가능성은 더 커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30원선마저 돌파, 22.0원 오른 1431.3원에 마감했다.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 17일(고가 기준 1436.0원) 이후 13년 6개월 만이다.
고환율로 인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도 다시 이탈했다. 외국인은 8월 코스피 시장에서 6657억원 순매수하며 오랜만에 순매수로 전환했지만 이달 들어 775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어진 무역수지 악화는 외국인 투자를 더욱 위축시킨다. 9월 무역수지는 41억 달러 적자(1~20일 기준)로 6개월 연속 적자가 유력해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특정 월에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면 다음 달에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순매도할 확률은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할 때보다 평균적으로 28.3% 높다.
국고채 금리도 재차 폭등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4.9bp(1bp=0.01%포인트) 오른 연 4.548%에 장을 마쳤다. 3년물 금리는 2009년 10월 26일 연 4.62%를 기록한 이후 약 13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10년물 금리는 연 4.335%로 22.3bp 상승했다. 10년물은 2011년 7월 8일(연 4.3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5년물과 2년물은 각각 37.0bp 상승, 33.6bp 상승으로 연 4.563%, 연 4.516%에 마감했다.
4분기에도 증시 상황은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미 연준은 연말까지 남은 두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총 135bp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한국은행도 미국과의 금리 역전 격차를 좁히기 위해 10월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9월 회의를 통해 더욱 빨라진 연준의 긴축 속도가 확인된 만큼 한은의 대응도 보다 빨라질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10월 금통위에서 다시 한번 50bp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에는 코스피지수 2000선도 깨질 것이란 비관론이 나타났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이 올해보다 5∼10% 줄어들면 코스피지수는 192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유수의 주식이 장부가 대비 극도로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호재는 주가가 낮다는 것이라는 격언을 되새길 때"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8배로 1배 이하를 기록했다"면서 "이미 주가에 대한 악재의 반영 정도가 상당하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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