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월요일' 공포..환율 1430원 돌파·코스닥 700선 붕괴(종합)
기사내용 요약
원·달러 환율 하루 새 22원 급등…장중 1435원 뚫어
파운드화 가치 하락에 달러 강세…미 긴축 영향도
국채 3년물 4.5% 돌파…3-10년물 역전폭 사상 최대
코스피는 3% 급락·코스닥 5% 폭락 700선 붕괴
[서울=뉴시스] 류난영 류병화 기자 = 미국의 고강도 긴축 우려에 영국 등 유럽발(發) 악재까지 겹치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검은 월요일을 맞았다.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20원 넘게 급등하면서 1435원을 돌파했고, 국채 3년물 금리도 4.5%를 넘어서는 등 발작 증상을 보였다. 코스피도 3% 넘게 급락했고, 코스닥도 5% 폭락해 700선 아래로 내려갔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09.3원) 보다 22.0원 오른 1431.3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16일(1440.0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원화는 달러 대비 1.54%나 절하(환율 상승)됐다. 원화 가치는 2020년 3월 23일(-1.57%)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대 일일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9.7원 급등한 1419.0원에 거래를 시작해 곧바로 1420.0원을 넘어섰다. 오전 11시10분께 1430원선 마저 내 준 후 오후 들어 상승폭을 확대하며 1435.4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지난 22일 기록한 연고점(1413.4원)을 2거래일 만에 다시 경신한 것이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7일(1436.0원) 이후 최고치다.
이날 환율이 급등한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단행 등 고강도 긴축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 급락,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이 겹치면서 아시아권 통화도 약세를 보인 영향이다.
영국 정부가 50년 만에 최대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하자마자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가 큰 폭 하락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영국 재무부는 23일(현지시간) 경기 침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소득세와 인지세를 인하하고 법인세 인상 계획을 철회하는 등 1972년 이후 최대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이날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하루 새 3.60% 떨어진 1.0858 달러를 기록했다. 파운드화가 1.09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85년 이후 37년 만에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파운드화와 달러화 가치가 같아지는 패리티(등가)도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로화도 독일 중앙은행인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의 금리인상 주장에도 불구하고 9월 구매자관리지수(PMI) 지표의 부진에 약세를 보이고 있다. 9월 프랑스 제조업 PMI는 47.8로 예상(49.8)을 크게 하회했으며 독일 서비스업 PMI도 45.4로 시장 전망치(47.2)를 하회했다. 반면 미국 제조업, 서비스업 PMI는 예상치를 일제히 웃돌면서 유로화는 상대적인 경기개선 격차 확대 및 파운드화 급락에 따른 달러 강세에 밀려 1.5% 하락 마감했다.
일본 위안화 역시 달러당 144엔선에 가까운 143.95엔을 기록하면서 전일 대비 0.33% 오르고 있다. 장중엔 144엔을 돌파하기도 했다. 중국 위안화도 홍콩 역외시장에서 전일대비 0.5% 오른 1달러당 7.164 위안선에서 거래중이다. 일본 엔화도 0.29% 오른 1달러당 143.96엔선에서 거래중이다. 장중에는 144엔을 돌파했다.
반면 달러 가치는 파운드화 약세,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 우려에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미 동부시간으로 오전 2시30분 현재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전장대비 0.51% 상승한 113.77에서 등락중이다. 2002년 5월 이후 20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중이다.
23일(현지시간) 뉴욕채권시장에서 시장금리의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대비 0.68% 하락한 3.697%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1.96% 상승한 4.203%로 치솟았다. 장중에는 4.263%까지 고점을 높였다. 2007년 10월 이후 근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감세안으로 촉발된 파운드화 급락 현상이 진정되지 못한다면 달러화 추가 강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이 높은 상황인 데다, 정부의 환율 방어 정책도 큰 실효를 얻기 어렵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빨리 1450원 선에 근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다음달 추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4.5%를 돌파하고, 10년물 금리도 4.3%를 넘어섰다. 장단기 금리인 3-10년물 금리 역전폭도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발작 증상을 보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30분 기준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0.349%포인트 상승한 연 4.548%를 기록했다. 3년물 금리가 4.5%를 돌파한 것은 2009년 10월 28일(4.51%)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또 2009년 10월 26일(4.6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0.223%포인트 오른 연 4.335%를 기록했다. 2011년 7월 8일(4.34%) 이후 11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3년물 금리가 10년물보다 더 큰 폭 오르면서 3년물과 10년물 간 금리 역전폭은 사상 최대로 확대됐다. 이날 역전폭은 0.213%포인트로 전날(0.087%포인트) 보다 확대됐다. 이는 역대 최대 역전폭을 기록했던 2007년 11월 29일(0.13%포인트)를 뛰어 넘은 수준으로 사상 최대 역전폭이다.
역대 3-10년물 금리 역전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 11월~2008년 1월과 2008년 7월 두 차례가 유일하다. 이번이 세번째 역전이다. 일반적으로 장기물 국채금리가 단기물 국채금리 아래로 내려가는 수익률 역전은 경기 침체의 전조로 해석될 수 있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고 난 후 통상적으로 1~2년 안에 경기 침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채 금리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소화하면서 큰 폭 상승했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미 연준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고, 연말까지 금리를 4.4%, 내년 4.6%로 올리는 것을 고려해 정책을 수립할 것"이라며 "미국의 금리와 반드시 1대 1로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너무 큰 금리차는 바람직 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구체적인 기준금리 인상 폭, 시기, 경로 등에 대해서는 금통위원들과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며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강도,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여건의 전개양상에 따라 국내 성장, 금융, 부동산, 외환 부문의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해 금통위원들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으로 시장에서는 한은이 다음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추가로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코스피는 3% 넘게 급락해 2220선으로 밀렸고, 코스닥도 5% 넘게 폭락해 700선이 붕괴되는 등 국내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2290.00)보다 69.06포인트(3.02%) 내린 2220.94에 장을 닫았다. 이는 종가 기준 지난 2020년 7월27일(2217.86) 이후 최저치다.
지수는 전일 대비 1.28% 내린 2260.80에 출발해 장중 낙폭을 크게 키우며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2456억원, 36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기관은 홀로 2800억원을 매수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729.36)보다 36.99포인트(5.07%) 하락한 692.37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지난 2020년 5월18일(690.85) 이후 2년4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지수는 전일보다 1.34% 내린 719.60에 출발해 낙폭을 키우다가 오후 들어 장중 700선을 하회했다. 이후 하락폭은 더 커지며 5% 폭락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에서 개인은 홀로 190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228억원, 840억원을 매수했다.
뉴욕 증시도 급락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1.62%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1.72%, 1.8% 하락했다. S&P 500 지수는 올해 최저치에 근접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 여파와 영국발 경기 침체 우려까지 더해지며 코스피와 코스닥이 모두 급락했다"며 "특히 코스닥은 2년3개월 만에 700선을 하회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hwahw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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