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업종, 촉이 왔다"..족집게 애널서 투자가로 변신한 이유 [인터뷰]

신유경 2022. 9. 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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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애널리스트로 활약하다
작년 안다아시아벤처스 설립
전기차 벤처 투자하는 펀드에
전통 車부품 기업 대거 참여
"전통산업·벤처 시너지에 주력"
IT·친환경에너지 벤처도 관심
'3년의 선택, 3배의 주가.'

2004년 당시 대우증권이 조선업 주가 전망에 대해 내놓은 보고서 제목이다. 이 보고서에는 2007년까지 조선업종의 평균 주당순이익 증가율이 70%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담겼다. 특히 최우선주인 현대중공업 주가는 3년 내에 3배로 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조선업종은 2006~2007년 기록적인 호황을 경험하게 된다. 2004년 2만~4만원대 박스권에 갇혀 있었던 현대중공업 주가는 2007년 55만원까지 뛰어올랐다. 3배를 넘어 무려 13배 이상 주가가 솟구쳤다. 이 성공적 전망을 한 보고서의 주인공은 조용준 당시 대우증권 애널리스트였다.

신영증권·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조용준 안다아시아벤처스 대표(사진)는 증권가 커리어 내내 '족집게 애널리스트'로 명성이 높았다. 이런 그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조 대표는 지난해 안다아시아벤처스를 세우고 벤처캐피털(VC) 대표로 변신했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조 대표는 "리서치센터장 시절 실리콘밸리 연수를 통해 직접 구글·아마존·엔비디아 본사를 다녀오며 혁신경제 생태계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혁신경제 전환을 이끌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창투사를 이끌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애널리스트 시절 일을 함께한 후배들을 영입하며 진용을 갖췄다. 그는 "매출·이익·자산 규모 등을 갖춰 안정적인 분석이 가능한 상장사와 달리 경쟁력·독창성·성장성을 봐야 하는 벤처기업은 전문가들이 분석에 개입해야 하는 부분이 크다"며 "기업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우량하지만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애널리스트와 VC 대표 간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주로 제조업종 벤처·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포트폴리오는 전기차·정보기술(IT)·친환경 에너지 분야 등이 주를 이룬다. 그는 지금과 같은 '투자 혹한기'에는 독보적인 경쟁력보다도 독창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대기업이 아닌 이상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벤처·스타트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자금이 많지 않은 스타트업은 독창적인 기술력과 이익 가시성을 모두 좇기가 어려운데, 둘 중 하나라도 갖고 있어야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2004년 조선업 호황을 예측했듯이 향후 호황을 겪을 제조업종을 집어낸다면 어떤 것일까. 조 대표는 '기존 산업 생태계와 연합을 이뤄내는 혁신 산업'이라고 답했다. 조 대표는 "2002년 현대차가 중국에 공장을 지었을 때 자동차 애널리스트로서 현대차 베이징법인을 방문했는데, 중국의 물동량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건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조선업종 특성상 향후 이익과 주가가 최소 3배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며 보고서를 썼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경험에 비춰봤을 때 혁신경제로 전환하는 지금 제조업 강국인 한국도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전기차 업체와 함께 성장하는 등의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IT와 자동차가 합쳐져 탄생한 e모빌리티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전기차에 투자하는 안다아시아벤처스의 그린뉴딜 펀드에는 기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유동성공급자(LP)로서 자금을 출자했다. 전통 제조기업들이 기술력은 있지만 생산능력이 없는 혁신 벤처기업을 지원해주고 있다. 조 대표는 "기존 산업과 벤처기업을 연결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투자사가 되는 게 목표"라며 "정부도 전통 제조업 전환 등 정책적인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신유경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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