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우조선 인수한다..2조원 유상증자(종합)
산은 회장 "국내 대기업 의사 타진 결과..대우조선, 21년만에 민간대주주 맞을것"
(서울=뉴스1) 신병남 기자 =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한다. 대우조선해양이 추진하는 2조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이며, 향후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나타난다면 최종인수자는 바뀔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달렸다.
이렇게 되면 대우조선의 최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의 지분은 55.7%에서 28.2%로 줄어든다. 산업은행은 능력 있는 민간 대주주의 경영을 통해 대우조선에 대한 남은 지분도 효과적으로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26일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이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 2019년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 인수합병(M&A) 거래를 추진했지만 올해 초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불승인 결정으로 최종 거래가 불발된 바 있다.
이에 대우조선은 방산과 민수 부문 분리매각 등 여러 방안이 검토돼 왔는데, 이날 오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간 긴급 산업·경제장관회의(산경장회의)에서 이같은 매각 방안이 결정됐다. 매각 형태도 방산과 민수 부분을 합친 '통매각' 방식이다.
이번 매각은 대우조선이 한화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총 2조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조원, 한화시스템 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 4000억원, 한화에너지 3개 자회사 1000억원 등으로 대우조선 지분 49.3%와 경영권을 획득하게 된다.
이를 통해 대우조선 지분 55.7%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28.2%로 줄어 2대 주주가 된다. 원활한 투자 유치와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지원 방안도 채권단과 함께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예컨대 거래 종결일로부터 5년간 기존 대출 등 금융지원은 유지된다.
다만 이번 투자합의서에는 산업은행이 한화그룹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가운데 경쟁 입찰을 통해 최종 인수자를 확정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매각 작업이 정해졌다. 당장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경영권을 가져가는 우선권을 확보하게 되지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가 있을 경우 최종 인수자가 변경될 수도 있다.
산업은행은 27일 대우조선 인수를 희망하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경쟁 입찰에 대한 공고를 내고 10월 17일까지 약 3주간 입찰의향서를 접수한다.
이후 한화그룹과 인수 희망 투자자에게 최대 6주(4+2주)의 상세실사 기회를 부여하고, 투자 조건을 비교해 최종 투자자를 선정하고 본계약을 체결한다.
유상증자는 기업결합, 방산승인 등 거래 관련 국내외 인허가를 취득한 후 진행된다. 산업은행 측은 한화그룹이 조선 관련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지 않기에 기업결합 심사 통과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대우조선 매각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대우조선의 경영 효율화를 위해 매각 여건을 개선하는 동시에 통매각, 분리매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해당 사업 이해도가 높으며 재무적으로도 뒷받침이 가능한 매수자를 물색해 왔다"면서 "경영 및 재무역량이 검증된 국내 대기업에 투자 의향을 타진한 그 결과 한화그룹이 인수의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화그룹이 최종인수자로 선정된다면 한화는 대우조선 앞으로 2조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할 예정"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2001년 워크아웃 졸업 후 현재까지 21년간 산업은행의 품에 있었던 대우조선이 민간 대주주를 맞이하게 돼 미래성장을 위한 동력과 투자 재원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민간 대주주의 등장으로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 등을 통해 국내 조선업의 질적 성장을 유도함으로써 한국 조선업 경쟁력 한층 더 강화할 것"이라며 "이번 거래로 채권 회수 가능성이 커져 채권단 손실도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fells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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