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IFC 인수 무산 후폭풍..대체투자업계도 '꽁꽁'

강봉진 2022. 9. 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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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 국내 최대 빌딩거래 좌초
브룩필드와 협상 결렬 발표
금리 인상·부동산 침체 충격
리츠 승인 불발 후 지지부진
대안 놓고 이견 커 해법 못찾아
2천억 보증금 반환 '줄다리기'
미래에셋, 국제분쟁 중재 신청
"인수 노력 했으니 돌려받아야"
브룩필드 "투자자 모집에 실패
미래에셋 책임이라 못 돌려줘"
국내 상업용 오피스 거래 사상 최대 규모(4조1000억원)로 주목받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 작업이 최종 무산됐다. 글로벌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여파로 부동산 투자·거래가 급속도로 위축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1위 투자은행(IB) 그룹의 투자 번복이 앞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대체투자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6일 브룩필드자산운용과 IFC 매입을 위한 협상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2000억원의 이행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에 국제분쟁 중재를 신청했다.

앞서 지난 5월 미래에셋은 총 4조1000억원의 가격을 제시하며 IFC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브룩필드와 매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2000억원의 이행 보증금을 납입했다. 당초 매입 양해각서에는 미래에셋이 IFC를 매입하기 위해 설립한 리츠(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의 영업인가를 전제로 우선협상 기간까지 영업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 보증금 전액을 반환받는 조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은 지난 8월 IFC 매입을 위한 '세이지리츠'를 설립했으나, 국토교통부는 이 리츠의 부채비율이 너무 높다는 등의 이유로 영업인가를 거부했다. 그러자 미래에셋은 다른 방식의 매입을 제안했지만, 브룩필드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 측은 "미래에셋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세이지리츠의 영업인가를 신청하고 전방위적인 노력을 한 만큼 이행 보증금을 모두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은 환불 불가능 방식(하드 디포짓·Hard Deposit)의 이행 보증금이지만 거래 주체의 통제 밖에 있는 행정당국 판단에 따라 매각이 무산되는 경우는 예외 사항으로 볼 수 있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이 매각 무산을 공식 발표하면서 국제중재센터에 중재를 신청한 이유다.

반면 브룩필드 측은 "미래에셋이 투자자 모집부터 리츠 설정까지 인수구조 설계와 이행 등에서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매각 무산의 책임이 미래에셋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미래에셋은 인수대금 4조1000억원을 2조원의 지분(에퀴티)과 2조1000억원의 금융사 대출금 재대출(리파이낸싱)로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금리 급등과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자가 투자를 망설이며 자금 조달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미래에셋이 IFC 인수를 위해 마련한 리츠가 국토부의 인가를 받지 못한 게 인수 작업에 변곡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거래 무산으로 양측이 입은 무형의 손실도 크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미래에셋의 경우 2019년 중국 안방보험 소유의 미국 호텔 인수를 추진한 후 소송전을 통해 계약금을 반환받았는데, 이번 IFC 인수전에서도 해외 투자자와의 인수 협상을 매듭짓지 못하고 소송전으로 비화됐기 때문이다. 브룩필드도 수개월간 끌어온 매각 협상을 결론짓지 못하며 현 가격대에서 연내 매각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 한 증권사 IB부문 대표는 "매각 무산의 책임은 양측 모두에 있을 수 있고, 결국 승자 없는 게임이 됐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우려되는 부분은 국내 부동산 투자 시장에 미칠 여파다. IFC가 국내 상업용 오피스를 대표하는 건물로서 가진 위상 때문에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상업용 오피스 시장, 더 나아가 국내 부동산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를 냉각시키는 부정적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들어 은행 등 1금융권의 PF 대출 사례가 거의 없을 정도로 PF 시장은 혹한기를 겪고 있으나, 2분기까지 서울의 주요 지역 오피스 공실률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오피스 시장은 상대적으로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증권사 IB부문 대표는 "국내 오피스 시장의 호황을 이끈 주체는 정보기술(IT) 기반 스타트업"이라며 "금융 시장 경색으로 이들에게 가는 돈줄이 끊기고 몰락이 이어지면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도 도미노 조정 양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IFC 매각의 재개 여부도 관심거리다. 연내 재매각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부동산 투자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 IB 관계자는 "원화값 하락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IFC가 이전에 비해 더욱 매력적인 매물로 보일 수 있다"면서도 "금리 상승의 여파는 국내외 모두 마찬가지여서 외국인 투자자도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 어려워 보인다"고 예상했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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