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신호'에 맞춰..국민의힘, 일제히 'MBC' 겨냥
국민의힘은 26일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비속어 논란을 ‘정언유착’으로 규정하며 관련 영상을 처음 공개한 MBC와 더불어민주당에 공세를 퍼부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이번 사태를 ‘오보’로 규정하고 언론을 겨냥하자 대통령 신호에 맞춰 일제히 포문을 연 모양새다.
이날 윤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 회견 직후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는 MBC에 대한 성토장이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MBC 최초 보도처럼 (윤 대통령 발언이) 미국을 지칭하는 단어였다면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더 철저한 확인이 필요한데 MBC는 확인 과정을 생략하고 자의적이고 매우 자극적인 자막을 입혀서 보도했다”며 “MBC의 행태는 도저히 두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번 순방보도에서 최초로 대통령의 ‘비속어 프레임’을 씌운 MBC는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기본조차 하지 않은 걸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발언이 알려진 지난 23일 “그 용어가 야당을 의미하는 것이더라도 많이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태도와는 달라진 입장을 보인 것이다.
국민의힘은 박성제 MBC 사장과 보도본부장, 기자 등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했다. 김행 비대위원은 회의에서 “이렇게 방송하도록 결정한 (MBC) 경영진의 결정 과정도 따져볼 수밖에 없다”며 “MBC(에 대한) 국정감사 중에 따져 물어야 할 사항이고, 동시에 이것을 수사의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서울시의원 등은 이날 박 사장 등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가 민주당 2중대로서 좌파진영 공격수로 활동한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대한민국 언론사에 흑역사로 남을 조작방송”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MBC가 단순 해명이나 정정보도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며 박 사장 사퇴를 요구했다. 또 언론중재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소를 통한 손해배상 청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27일에는 MBC를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회견 중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동영상에 한번 자막을 달아버리면 사람들이 그냥 ‘세뇌’돼 버린다”고 말했다가 ‘세뇌’를 ‘인식’으로 정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은 이날 잇따라 논평을 내고 MBC와 민주당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영상이 보도되기 전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영상 내용을 언급했다는 게 근거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박 원내대표는 영상을 어떻게 봤는지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제2의 광우병 획책을 한 ‘보이지 않는 손’이 무엇인지 반드시 밝히고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여당 중진의원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의혹을 부채질했다. 김기현 의원은 “MBC 경영진이 얼마나 편파적이고 친 민주당인지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잘 드러났다”며 “MBC가 조작된 제2의 광우병 사태를 만들어 민주당 정권을 다시 세우려 기도하는 것이라면 엄청난 파국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성동 의원은 “MBC가 조작하면 민주당이 선동하는 방식이 광우병 시기와 똑같다”며 “정언유착이라는 말도 아깝다. 정언공범”이라고 적었다.
당 일각에서는 사태를 빨리 정리하고 민생으로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도 이번 일을 계속 끌고 가는 것이 유리할 게 없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병국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변명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모면하려고 하면 (문제가) 더 커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이날 ‘가이드라인’ 이후 “야당에 더는 끌려다닐 수 없다”는 강경론이 더 커지는 형국이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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