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회장,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에 "기업결합 이슈 적을것"(종합)
"대우조선 일감 많아 인위적 인적 구조조정 필요없을 것"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이지헌 기자 =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것과 관련해 양사가 동일 업종이 아니므로 상대적으로 해외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 이슈는 적을 것이라고 26일 밝혔다.
강석훈 회장은 이날 산은 대회의실에서 대우조선 매각과 관련한 긴급 기자간담회를 하고 이런 입장을 표명했다.
강 회장은 해외 경쟁 당국의 승인 여부에 대해선 "일반적인 기업 결합 심사가 10여개국 정도에 있을 것이며 이번 사례는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처럼 동일한 조선업종을 영위하는 기업 간 거래가 아니라서 기업 결합 이슈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올해 초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불허로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이 무산됐는데 한화그룹의 경우는 조선업을 보유하지 않아 기업 결합 심사에 어려움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그는 투자자 모집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해외 기업이 단독으로 주체가 되도록 하기는 어렵다"면서 "대우조선에는 국가 혁신 기술이 있고 방산 부분에서도 국가 기술이 많아 해외가 주체가 된 인수자에게는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이 입찰할 경우 기업 결합 이슈로 거래 종결 가능성이 불투명해 이 두 회사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이런 과정에서 외국 자금이 한국 기업의 주체가 되고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는 것은 허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화그룹의 대우조선 인수후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선 "대우조선의 일감이 많이 모여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인적 구조조정은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석훈 회장은 "현대중공업과 합병 무산으로 현대중공업 또는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져 조선업을 하지 않는 제3의 전략적 투자자가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다"면서 "민간 대주주가 경영하게 되면 수주 단가 저하 문제도 상대적으로 적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대우조선 매각에 따른 공적자금 회수에 대해 "산업은행이 지원하는 것은 법적인 의미에서 공적자금 투입은 아니다"라면서 "주가가 4만원으로 올라간다면 투입 금액의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번 인수 건의 무산 가능성에 대해선 "이행강제금에 관한 조항은 없고, 한화 측에서 실사해서 실제로 우발 채무가 상당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 통상적인 의미의 계약에서 상호 의무 준수 규정으로 대체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화그룹은 우선 협상 대상자로, 최종 인수 대상자는 아니며 일정 기간을 통해 한화그룹을 뛰어넘는 더 좋은 오퍼를 할 기업을 기다릴 것"이라면서 "한화그룹 외에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가 있으면 그 회사와 계약도 할 수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강석훈 회장은 "우리는 대우조선과 관련해 과감히 연구개발 투자라든지 경영 효율화를 할 수 있는 민간 주인을 찾아서 정상화하는 것이 국민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판단했고 통매각을 전제로 논의가 됐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회동했는지에 대해선 "우리나라에서 가능한 모든 그룹을 다 접촉해봤다"면서 "김 회장과 만남 여부는 딜의 구체적인 내용이라 밝히기 부적절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한화그룹의 인수 의사와 의지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우조선의 경우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체제 아래에서는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포함한 근본적인 경쟁력 개선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매각 시기 실기로 인해 더 큰 손해를 본 과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협의하며 신속한 매각을 추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현대중공업과 합병 무산 직후부터 경영 컨설팅을 진행한 결과 현재 경쟁력 수준과 시장 환경에서는 자력에 의한 정상화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나왔다"면서 "대우조선의 체질을 개선하고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역량 있는 민간 주인 찾기가 근본 해결책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우조선의 경영 효율화를 위해 매각 여건을 개선하는 한편 통매각, 분리매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해당 사업 이해도가 높으며 재무적으로도 뒷받침이 가능한 매수자를 물색해 왔다"면서 "경영 및 재무역량이 검증된 국내 대기업 계열에 투자 의향을 타진했으며 그 결과 한화그룹이 인수 의향을 표명했다"고 언급했다.
강석훈 회장은 "한화그룹과 논의한 결과 대우조선이 한화그룹과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경쟁 입찰을 통해 최종 투자자를 결정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본건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한화그룹이 최종 인수자로 선정된다면 한화는 대우조선 앞으로 2조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할 예정"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2001년 워크아웃 졸업 후 현재까지 21년간 산업은행의 품에 있었던 대우조선이 민간 대주주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투자유치를 통해 대우조선은 2조원의 자본확충으로 향후 부족 자금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민간 대주주의 등장으로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 등을 통해 국내 조선업의 질적 성장을 유도함으로써 한국 조선업 경쟁력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거래로 채권 회수 가능성이 커져 채권단 손실도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president21@yna.co.kr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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