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 쇼크'에 원화·주식 동반 추락..원/달러 1430원 돌파

세종=안재용 기자, 유효송 기자 2022. 9. 2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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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77차 유엔 총회서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영국 파운드화 가치 급락이 달러화 강세에 기름을 끼얹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1430원선을 돌파했다. 코스피 지수는 약 3%, 코스닥 지수는 약 5% 급락했다.

환율 급등(원화가치 급락)에 일각에선 원화가 파운드화, 엔화 등과 함께 헤지펀드들의 환투기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여전히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높은데다 통화정책의 여력도 일본보다 크다는 점에서다.

26일 서울외환시장에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2원(1.56%) 오른 1431.3원에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430원선을 넘긴 것은 2009년 3월16일(종가 1440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주가지수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69.09포인트(3.02%) 내린 2220.94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일대비 36.99포인트(5.07%) 내린 692.37을 기록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은 영국 정부가 1972년 만에 최대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하면서 파운드화가 약세를 보인 때문이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높이겠다는 게 영국 정부의 계획이었으나 금융시장에서는 재전건전성 악화와 추가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를 더 크게 받아들였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파운드/달러 환율(파운드화 가치)은 지난 23일(현지시간) 3.6% 하락한 1.0858달러를 기록했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3시35분 기준 전일대비 2.16% 내린 1.0622달러에 거래 중이다. 지난 22일 종가(1.1263달러)와 비교하면 약 5.7% 절하됐다.

파운드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 통화 긴축으로 가뜩이나 강해지고 있던 달러화에 날개를 달았다. 유로화와 엔화, 위안화 등이 모두 달러화 대비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파운드화까지 가치가 크게 절하되면서 스위스프랑 말고는 주요 통화 가운데 달러화의 경쟁상대가 사라진 셈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 지수(DXY)는 113을 돌파하며 2002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달러화지수는 이날 오후 3시35분 기준 전일대비 0.47% 오른 113.78을 기록하고 있다. 유로/달러 환율은 23일 1.51% 하락한 0.9690달러에 마감됐다. 유로/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3시46분 기준 0.55% 내린 0.9637달러다.

위안화와 엔화 등 아시아 주요국 통화도 약세다. 역외시장에서 위안/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3시47분 기준 0.51% 오른 7.1651위안에 거래됐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3시48분 기준 전일대비 0.44% 오른 143.94엔을 기록했다. 일본은행(BOJ)이 지난주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고, 이날 오전에도 엔화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개입에 나섰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매크로(거시경제) 헤지펀드들이 환차익을 노려 한국 외환시장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26일 아시아 금융위기의 재발 가능성을 언급하며 원화가 위기에 취약한 통화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 대한 환투기 공격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현상 확대로 원화 약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높은 우리나라는 여전히 대외신인도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고, 순채권국으로 외화자금 조달 여건도 양호하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적자 우려도 외환시장에 이미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헤지펀드 입장에서) 외환위기 때처럼 환공격을 한다면 굳이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삼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원화보다 엔화가 취약한 상황이다. 엔화는 항상 안전자산으로 취급되고 있었는데, 쌍둥이 적자에 높은 국가부채로 통화정책의 손이 묶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조치를 내놓기 시작했고 (시장에서도) 환율이 펀더멘탈에 비해 과하게 뛰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설 수는 있지만, 연말까지 환율이 계속 오르진 않고 10월이 지나면 불확실성이 잡히며 레벨이 내려올 것"이라고 했다. 정 연구원은 "경상수지 적자도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이 돼 있어 현 수준 환율에서 추가적 충격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정부는 조선사 선물환 매입, 한국은행-국민연금 간 외환스와프 등을 통해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조선사 등 수출업체의 선물환을 매입해 수요를 흡수하고 시중에 달러 공급을 확대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또 기획재정부는 23일 한국은행·기재부와 국민연금이 100억달러 한도 외환스와프 거래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와 동시에 약 7400억달러 규모 민간 대외자산의 국내 환류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은도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외환시장에서 쏠림현상이 심화돼 원/달러 환율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과도하게 괴리될 경우에는 준비된 '컨틴전시 플랜'(상황별 비상계획)에 따라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 기조와 강한 긴축 강도로 국내 증시가 폭락한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9.06포인트(3.02%) 내린 2220.94로 하락, 코스닥은 36.99포인트(5.07%) 내린 692.37로 하락 마감, 원/달러 환율은 22.0원 오른 1431.30원으로 마감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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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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