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대우조선 품는 한화, 조선업 엔진 달고 재계 6위 정조준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 기존 방위산업과 태양광·화학에 이어 조선업이라는 대형 성장동력을 더해 한화그룹의 정체성이 달라질 수 있는 투자다. 재계 전반으로 보면 한화가 미래 에너지 밸류체인의 축으로 부상하는 한편, 재계순위도 뒤흔들 수 있는 '빅 딜'이다.
한화그룹은 26일 대우조선해양과 2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49.3%와 경영권을 확보하는 내용을 담은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화는 2008년 6조원 이상을 써내며 인수를 추진했지만 좌절했다. 3분의 1 가격에 두 번째 도전에 나선다.
채권단 대표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역량 있는 민간주인 찾기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판단했다"며 "새 주인을 찾아 정상화하는 것이 국민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코로나19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해 1조7547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럼에도 일반 상선은 물론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해양플랜트, 함정과 잠수함 등 방산 건조 능력을 갖춘 국내 빅3이자 세계 최고 수준 조선사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고 빠르게 정상화할 경우 한화그룹은 조선업을 대형 신성장동력으로 더할 수 있게 된다.
계획은 섰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적극적 R&D(연구개발) 투자로 미래 방산기술을 확보하고 기존 조선업 역량도 키운다는 방침이다. 2조원 유상증자 중 1조원을 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그룹 방산의 축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고 유지보수(MRO)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게 됐다. 5000억원을 투자하는 한화시스템은 함정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투체계(CMS)를 우리 해군함정에 사실상 100% 공급한다. 대우조선해양에서 이를 결합한 자율주행 민간상선 개발도 추진한다.
한화그룹이 발전사업 일환으로 키우고 있는 LNG사업은 전방위로 확대한다. 대우조선해양의 LNG 해상 생산기술과 운반선 기술, 재기화설비(FSRU) 기술을 활용해 앞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LNG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운다는 전략을 세웠다. 수소혼소발전기술과 수소 운반수단인 암모니아 사업 등을 연계, 에너지의 생산-운송-발전으로 이어지는 그룹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도 구축한다.
현재 재계순위 7위(공기업 제외)인 한화그룹으로서는 이번 M&A(인수합병)를 통해 6위 포스코를 바짝 추격할 수 있게 됐다. 우선 과제는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이 3~4년치 일감인 288억달러(약 41조원)의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한화그룹 편입을 통한 방산수출 확대, 해상풍력 진출, 친환경 에너지 운송시장 확대 등을 통해 조기 턴어라운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의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2008년 인수 무산 당시에도 노조의 반대가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한화는 "국가 기간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겠다는 의지로 인수에 나섰다"며 "노조와도 적극적으로 대화해 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과 한화그룹 간 투자합의서 체결 이후 한화그룹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의 참여 기회를 보장하는 '스토킹호스' 절차에 따라 경쟁입찰을 진행한다. 한화그룹과 같거나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인수 후보가 될 수 있다. 다만 해외기업이나 향후 기업결합에 문제가 될 수 있는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은 참여할 수 없다.
산은과 수은은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지원을 위해 기존 금융지원 방안도 5년간 유지한다. 강석훈 회장은 "올해 안에 본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목표"라며 "내년 상반기 중에는 딜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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