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임산부 농산물 지원 사업 중단..2년 뒤 저소득층만 선별지원?
정부가 초등학생과 임산부에게 국산 과일·친환경 농산물을 지원하는 사업 예산을 전면 삭감했다. 비판이 커지자 정부는 두 사업을 ‘농식품 바우처 사업’으로 통합해 확대한다고 해명했는데, 이들 사업과 녹식품 바우처 사업은 수혜 대상과 목적이 다른 사업이다. 초등학생·임산부 지원은 소득 수준과 관계없는 보편 복지 사업인 반면, 농식품 바우처 지원은 저소득층에 한해 이뤄지는 선별 복지 사업이다. 두 사업이 농식품 바우처 사업으로 통합된다면 사업 대상은 ‘저소득층 초등학생·임산부’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농식품 바우처 사업 시행 전까지 기존 사업은 2년간 전면 중단된다. 이를 우려한 농림축산식품부가 초등학생·임산부 먹거리 지원사업 예산을 별도로 편성해 줄것을 기재부에 요구했지만 기재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사업은 전면 폐지됐다. 초등학생과 임산부 복지 예산을 삭감한 기재부가 ‘눈가리고 아웅’ 해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초등학생 과일간식·임산부 먹거리 지원사업 예산 전면 삭감
기획재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전면 삭감한 사업 예산은 농식품부의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72억원)과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사업’(158억원)이다. 당초 농식품부는 내년 초등학생 과일간식 지원사업 확대를 추진하면서 기재부에 예산 증액을 요구했지만 기재부는 되레 사업을 폐지했다.
26일 윤미향 무소속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초등돌봄 과일간식 지원사업 개편안’을 보면, 농식품부는 사업 지원 대상을 현행 돌봄교실 이용 학생(24만명)에서 초등학교 1학년(42만명)으로 늘렸다. 지원 방식도 개선했다. 과일(회당 150g·30회)을 ‘컵과일’ 형식으로 직접 제공하지 않고 국산 과일 구매 전용 모바일 바우처·실물카드를 지급하도록 했다. 연간 지원금액은 4만6000원(초등학생 1인 기준)으로, 농식품부는 이를 위해 예산을 기존 72억원에서 101억원(국비)로 늘려줄 것을 기재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과일간식 지원사업이 2025년에 농식품 바우처 지원 사업으로 통합되는데다, 농식품 바우처 사업 대상과 지원 대상이 일치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사업 대상·목적 다른 저소득층 바우처 사업 통합 내세워 사업 폐지
하지만 농식품 바우처 사업은 성격이 다른 복지 사업이다. 중위소득 50% 이하 저소득층을 선별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농식품 바우처 확대를 약속하면서 지원 대상을 ‘저소득층’으로 명시한 바 있다.
2년 뒤 과일간식 지원사업이 농식품 바우처 사업으로 통합·시행된다 해도 지원대상은 ‘저소득층 자녀’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농식품부는 해당 사업이 수혜자 만족도가 높고 학생들의 과일 섭취량과 국산 과일 선호도가 증가했다며 사업 존속을 요구했지만 기재부 문턱을 넘지 못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식품부 바우처로 먹거리 지원 사업이 통합된다지만 실질적으로 초등학생 과일간식 사업은 폐지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했다.
통합 시행 전까지 최소 2년간 전면 중단
내년도 예산이 전액 삭감된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 사업도 같은 처지다.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 사업은 임신 중이거나 출산한 지 12개월 이내 산모에게 친환경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기재부는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 사업을 농식품바우처에 통합해 운영한다는 방침이지만 해당 사업 역시 ‘저소득층 임산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해당 사업은 향후 2년간은 전면 중단된다. 농식품부는 해당 사업에 대해서도 별도 사업 예산을 편성해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농식품 바우처 지원 사업의 구체적인 지원 대상과 범위는 아직 윤곽이 나오지 않았다”며 “사업 세부 내용은 예비타당성 조사과정에서 조율할 것”이라고 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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