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미 통화스와프, 필요없는 상황"
조건 안맞는데 달라하면 부작용"
"물가, 내년 상반기까진 5% 안팎"
빅스텝 가능성 재차 언급하기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와 관련해 "이번에 미국의 통화스와프 없이도 만일 우리가 위기를 해결한다면 여러 가지 좋은 교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관련 협력 상황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이같이 말하고 "처음부터 보험을 갖고 와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우리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제대로 되면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밝혔다.
◇"한·미 통화스와프, 오히려 부작용 가능성"= 최근 미국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자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제롬 파월 의장이 얘기하듯이 '정보 교환'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면서도 체결 전제조건과 부작용 가능성을 설명했다.
그는 "연준의 통화스와프에는 내부 기준이 있다. 글로벌 달러 시장에서 유동성 부족 문제가 있을 때 그걸(스와프) 논의하게 돼 있다. 지난 두 차례 (한·미 간) 통화스와프 계약 당시에도 우리나라와만 체결한 것이 아니고, 달러 유동성이 부족할 때 9개 나라와 동시에 체결했다. 연준이 (달러 유동성 등 조건이 맞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야 의원들이 '한국 정부가 저자세를 취한 것 아니냐'고 질타하자 "이론적으로는 지금 통화스와프가 필요 없는 상황이다. 다만 국민이 너무 불안해하기 때문에 스와프를 받으면 좋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연준의 (통화스와프) 전제조건이 맞을 때, (조건이) 그 근처일 때 얘기하는 것이 맞지, 조건이 맞지 않는데 지금 마치 우리나라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스와프를 달라고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저자세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 실시한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거래 등 미시적 정책과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 등 거시적 정책을 통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요한 건 정책을 굉장히 일관적으로 해서 외국인이 볼때 한 변수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충분히 지금 상황에서는 위기를 극복할 가능성도 있다"며 "스와프는 때가 되면 국제적으로 논의가 될 것이고, 그 전에 여러 가지 거시적·미시적 정책을 통해 위기를 스스로 극복하면 그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빅 스텝' 가능성 언급= 이 총재는 이날 재차 '빅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상 폭과 관련한 물음에 "연준의 올해 말 최종금리를 우리(한은)는 연 4%로 예상했지만, 지금은 연 4.4% 이상으로 올라갔고 내년 최종 금리 전망치도 연 4.6%로 높아졌다"며 "연준의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가 변했기 때문에 국내 물가와 성장,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금융통화위원들과 면밀히 검토한 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기준금리차 역전에 대해서도 금리차가 최대 1.50%포인트 까지 벌어졌던 지난 상황을 언급하고 "너무 큰 금리 격차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반드시 일 대 일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한은의 통화정책은 물가와 성장률을 보고 결정하되 금리 격차가 너무 커지는 것에 대해선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보조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물가 전망과 관련해선 "10월 정점으로 보고 있지만 더 걱정하는 것은 정점이 아니라 그로부터 내려오는 속도가 굉장히 늦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이 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더 크게 뛴다든지, 미국이 금리를 올려 원화가치가 더 절하된다든지 하면 그 정점도 바뀔 수 있다"면서 "향후 물가는 환율, 주요 선진국의 경기상황 등에 영향을 받을 텐데,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5% 위 아래의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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