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과 컨디셔닝, LG는 지치지 않는다[SS 집중분석]

장강훈 2022. 9. 2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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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상위권 모든 팀이 지친기색이 역력한데, 유독 한 팀만 쌩쌩하다.

구단 창단(1990년) 후 한시즌 최다승 신기록(종전 1994년·2022년 81승) 경신 초읽기에 돌입한 LG는 시즌 132경기를 돌파한 시점(26일 현재)에도 선수 대부분이 정상적인 몸 스피드를 유지하고 있다.

여름레이스를 앞두고는 코치진 미팅에서 "혹서기에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해 컨디셔닝 파트와 협업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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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고우석이 2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리그 SSG와의 경기 8회말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인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이상하다. 상위권 모든 팀이 지친기색이 역력한데, 유독 한 팀만 쌩쌩하다. ‘체력이 약하다’고 핀잔받던 LG가 환골탈태했다.

구단 창단(1990년) 후 한시즌 최다승 신기록(종전 1994년·2022년 81승) 경신 초읽기에 돌입한 LG는 시즌 132경기를 돌파한 시점(26일 현재)에도 선수 대부분이 정상적인 몸 스피드를 유지하고 있다. 힘을 응축해 한 번에 폭발해야 하는 종목 특성상, 각자 가진 최상의 밸런스로 낼 수 있는 몸 스피드가 중요하다. 회전력이 기술의 8할 이상이어서 빠르고 강한 몸 스피드를 유지해야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

선두 SSG나 3위 키움 등은 특히 투타 가릴 것 없이 체력이 떨어진 게 눈에 띈다. 타자들의 스윙스피드, 투수들의 팔 스피드 등이 시즌 초중반에 비해 다소 떨어졌다. 수비에서 실책이 잦은 것도 체력저하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 SSG 최지훈은 “알람을 맞춰놓고 자면 늦어도 5분 전에 눈이 떠졌다. 요즘은 다섯 번 울릴 때까지도 못일어난다”고 피로를 호소했다. 활동량이 많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젊은축에 속하는 최지훈조차 피말리는 순위싸움을 전개하느라 피로가 잔뜩 누적됐다.
LG 선수들이 2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리그 SSG와의 경기에서 연장 승부 끝에 역전승을 거둔 뒤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인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그런데 LG는 변함없이 경쾌하다. 오히려 수은주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타구질은 향상된 인상이다. 물론 9월들어 타선이 집단 슬럼프에 빠졌지만, 시즌 내 팀타율 1위를 다투던 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슬럼프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반면 마운드는 시즌 초와 거의 같은 기량을 과시 중이다. 장기레이스를 치르다보면 곡절을 겪기 마련인데, 내상이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 2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치른 SSG전에서는 올시즌 한 경기 최다인 11명의 투수가 등판해 10이닝 2실점 역투 릴레이를 펼쳤다. 선발투수가 공 하나도 던지지 않고 강판한 사실을 더하면, 경이적인 투구였다.

LG 류지현 감독은 몸 스피드를 유지하는 비결로 ‘강훈’과 ‘컨디셔닝’을 꼽았다. 야수들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혹한의 추위 속에서도 야외 훈련을 강행하는 등 배트스피드 향상에 열을 올렸다. 여름레이스를 앞두고는 코치진 미팅에서 “혹서기에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해 컨디셔닝 파트와 협업을 강화했다. 피로한 기색이 보이는 선수에게는 강제 휴식을 부여하는 식으로 컨디셔닝에 열을 올렸다. 겨우내 체력을 비축했으므로 훈련량을 줄여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LG 류지현 감독(가운데)이 2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리그 SSG와의 경기에서 연장 승부 끝에 역전승을 거둔 뒤 김현수-김민성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인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마운드는 확실한 분업화로 체력을 아꼈다. 불필요한 불펜피칭을 제한했고, 버릴 경기와 잡을 경기를 구분했다. 이른바 촌놈 마라톤을 지양해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분배했다. 덕분에 시즌 막판에도 불펜 필승조 전원이 정상적인 구위를 뽐내고 있다.

LG는 플레이오프 직행 그 이상을 노린다. 두꺼운 선수층을 발판삼아 선수 기량별 쓰임새를 명확히 구분했다. 가을에도 류지현식 관리야구는 이어질 전망이다. 정규시즌 우승 가능성은 낮지만, 업셋의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지치지 않는 LG. 어쩌면 올가을 새로운 전설을 쓸 수도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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