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승부사' 김승연 회장 결단 통할까..한화, 대우조선 품고 '토탈 방산·그린에너지' 정조준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한화그룹이 방위산업과 친환경에너지 사업의 시너지를 위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선다. 그룹의 핵심 역량을 대우조선의 설계·생산 능력과 결합해 그룹 주력인 방산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글로벌 메이저’로 키우겠다는 포석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결정적 순간마다 공격적 M&A(인수합병)로 회장 취임 40년간 그룹 매출을 60배 키운 가운데, 이번 대우조선 인수 승부수로 한화그룹이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화그룹은 26일 대우조선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 지분 49.3%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 입찰과 실사, 해지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 또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는 향후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기본합의서에 함께 서명했다.
최종 거래가 성사되면 방산 및 제조, 기계, 수주, 체계종합(SI) 등 사업 성격이 유사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각각 1조원과 5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또 배당 수익을 기반으로 그룹의 신성장 동력에 투자하고 있는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및 한화에너지의 자회사 3곳(1000억원) 등 모두 6개 계열사가 참여한다. 이들 기업은 한화그룹이 최종 인수자로 선정되면 올해 11월말께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번 인수로 ‘빅 사이클’ 초입에 진입한 조선산업에 진출하는 것을 넘어 그룹 주력인 방산 분야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전 세계에서 지정학적인 위기로 한국 무기체계에 대한 주요국의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통합 방산 생산능력과 글로벌 수출 네트워크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한화디펜스와 11월 합병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해양 방산의 강자인 대우조선 인수로 기존의 우주, 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고 유지보수(MRO)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 또 중동, 유럽, 아시아에서의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의 무기체계는 물론 대우조선의 주력 방산제품인 3000t급 잠수함 및 전투함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대우조선에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확보한 미래 방산 기술을 민간상선에 적용할 수도 있다. ‘함정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투체계(CMS)를 대한민국 해군 함정에 사실상 100% 공급하고 있는 한화시스템의 해양첨단시스템 기술이 대우조선의 함정 양산 능력과 결합되면 자율운항이 가능한 민간 상선 개발역량도 확보할 수 있다. 이미 잠수함에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탑재한 한화디펜스의 기술을 향후 수요가 급증하는 친환경 선박에 적용할 수도 있다.
최근 에너지 전환의 ‘브릿지 기술’로 평가 받으면서 최근 가격이 급등한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에서도 대우조선과 시너지 극대화에 나선다. 한화그룹은 이미 LNG를 미국에서 수입해 통영에코파워가 발전하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대우조선의 LNG해상 생산 기술(FLNG)과 운반(LNG운반선), 연안에서 재기화 설비(FSRU)까지 더해지면 향후 수요가 급증하는 LNG시장에서 전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게 된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생산 및 발전사업과 한화임팩트의 수소혼소 발전기술, ㈜한화의 에너지 저장수단으로서의 암모니아 사업 등을 대우조선의 에너지 운송사업과 연결하면 ‘생산-운송-발전’으로 이어지는 그룹사의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도 새롭게 구축할 수 있다. 대우조선이 경쟁력을 갖춘 해상풍력설치선(WTIV)을 활용해 한화솔루션은 미국과 유럽에서, 한화건설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해상풍력 발전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이 같은 중장기적 전략이 과거 잇따른 인수합병 성공 사례처럼 실현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해 8월 1일자로 회장 취임 40주년을 맞은 김승연 회장은 1981년 7548억원이었던 한화그룹의 자산을 지난해 기준 217조원으로 288배 키웠다. 매출도 1조1000억원에서 65조4000억원으로 60배 늘었다.
김 회장은 “노련한 선장은 결코 한 곳에 닻을 내려 고기를 기다리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위기 때마다 굵직한 인수합병(M&A)과 사업 재편으로 한화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모색했다. 취임 직후였던 1982년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을 과감하게 인수해 1년 만에 이 회사들을 흑자로 전환시켰다. 2002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을 인수하며 금융업에 진출했다. 한화생명은 6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29조원에 불과했던 총 자산도 2016년 100조, 2020년 127조원으로 불어났다. 2012년에는 주변의 반대 속에서도 파산했던 독일의 큐셀을 인수했고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으며 한화솔루션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올해 2분기 7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했다. 2015년엔 삼성의 방산 및 석유화학 부문 4개사를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키며 한화를 재계 7위 기업으로 키웠다.
관건은 대우조선의 재무 건전성과 향후 노사관계다. 올해 반기 기준 대우조선의 자산총액 12조224억원 중 부채가 10조4741억원이고, 자기자본은 1조5483억원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676.5%에 달한다. 대우조선은 원자잿값 상승과 인건비 증가 등 영향으로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 누적 적자만 5696억원에 달한다. 51일간 파업으로 대우조선에 8000억원 이상의 피해를 안긴 하청업체 노조 등 노무 이슈도 안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측은 “이번 인수는 그룹의 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뿐 아니라 국가 기간 산업에 대한 투자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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