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20조→30조→40조' 매달 늘어나는 한전 적자에 정부 "대기업부터 올려야"

박상영 기자 2022. 9. 2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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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주택가의 가스 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올해 한국전력 적자가 40조원대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가 전력 사용량이 많은 대기업부터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점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한전 적자 폭이 지금처럼 계속 늘어나게 되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에너지 위기 대응 10대 그룹 간담회’에서 “에너지 절감효과가 큰 대용량 사용자 중심으로 우선적인 (전기) 요금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 신세계 등 10대 그룹을 상대로 직접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설득에 나선 것이다. 이 장관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되고 있고 에너지 공기업 재무상황도 극도로 악화돼 안정적 에너지 공급기반이 무너질 위기에 놓여있다”며 요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10대 그룹만나 “산업용 전기요금 조정 불가피한 상황”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올해 연말 한전 적자가 30조원대를 넘을 우려가 있다. 한전 적자가 30조원이면 (발전사에) 전력구매대금 지급이 어려워져 전기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싼 전기료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걸로 받아들여져 상계관세 같은 통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미국이 최근 한전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등의 움직임도 있다”고도 소개했다. 미국 반응까지 끌어들이며 우회적으로 압박한 모양새다.

기업의 부담을 덜어줘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에 방점을 뒀던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한 데는 이미 한전 적자 폭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보기 때문이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한전의 영업이익 적자 폭이 6∼7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는 목소리 많았다. 그러나 2월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한전 적자 전망치도 10조원대로 뛰었다. 액화천연가스(LNG) 열량 단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올해 초 킬로와트시(㎾h)당 140원대였던 전력도매가격은 200원대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전력을 생산하는 비용은 LNG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데 지난해 t당 500달러 수준이었던 LNG 가격은 올해 들어 1000달러대를 웃돌았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글로벌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한 10대 그룹 사장단과의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가 상승 이유로 미뤘던 전기요금 후폭풍···한전 적자 40조원대 전망도

LNG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와중에 정부가 ‘물가 상승’을 이유로 2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하면서 적자 폭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분기에 사상 최대 규모인 7조7869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등 경영난이 현실화되자 정부는 뒤늦게 3분기 전기요금을 ㎾h당 5원 인상했다.

그러나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상반기 적자 폭만 14조원에 달하면서 추가 인상 압박은 커졌다. 특히 6월 들어 ㎾h당 129.72원까지 떨어졌던 전력도매가격이 9월 들어 사상 최고치인 24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한전 적자 폭도 40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부족한 자금을 매우기 위해 한전은 올 들어 매달 2조원씩 회사채를 발행했지만 내년이면 발행 한도 초과로 이마저도 중단될 위기다. 여당에서는 회사채 발행 한도를 현행 2배에서 5배로 상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임시방편에 그치는 만큼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업들도 전기 사용량을 줄일 수 있도록 고효율 설비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도 횡재세 도입 논의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그동안 저렴한 전기가격 혜택을 누렸던 국내 기업들도 한전 경영 상태가 위태로운 만큼 고통분담 차원에서 전기요금 인상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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