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화 쇼크'에 원·달러 환율 장중 1435원 돌파..국채 금리, 또 발작

이재은 기자 2022. 9. 26. 16: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 22원 급등한 1431.3원 마감
킹달러 지속·英파운드화 급락 여파
시장 "예상보다 빨리 1450원 도달할 것"
코스피는 연저점·국채 3년물 금리 4.5% 돌파
금융시장 혼란 가속화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22원 넘게 급등하면서 장중 1435원을 돌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정부의 적극적인 ‘환율 방어’ 노력도 거침없는 킹달러(King Dollar·달러화 초강세) 현상 앞에서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환율이 치솟고 코스피는 연저점을 경신하는 등 금융시장 혼란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대출금리의 근거가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이날 연 4.5%를 넘어서면서 채권시장도 요동쳤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 강달러·파운드화 급락에 원달러 환율 1430원 돌파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2원 오른 1431.3원에 마감했다. 이날 9.7원 오른 1419원에 출발한 환율은 장 초반 1420원을 넘어섰다. 이후 빠르게 상승폭을 키운 환율은 오전 11시 20분쯤 1430원을 뚫었고, 오후 들어 한때 1435.1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환율이 장중 1430원대로 올라선 것은 2009년 3월17일(고가 1436원) 이후 약 13년 6개월 만이다.

환율이 1400원을 넘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이유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따른 일방적인 달러화 독주가 지목된다. 전 세계 외환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이른바 ‘킹달러 현상’이다.

미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3차례 연속 단행하고 내년까지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하면서 시장에서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화 선호 심리가 강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113선으로 치솟았다. 전 거래일보다 0.63% 상승한 113.672를 기록 중이다. 이는 2002년 5월 이후 약 20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이날 달러화 가치는 지난주 영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한 감세 정책을 발표한 뒤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한 여파로 추가 강세를 보였다.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는 지난 23일 약 70조원 규모의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 이날 달러에 대한 파운드화 가치는 1985년 이후 37년 만에 최저치인 파운드당 1.0859달러까지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조만간 유로화에 이어 파운드화마저 ‘패리티’(1달러=1파운드)가 깨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영국 새 정부의 감세 정책에 따른 대규모 국채 발행 가능성이 금리 상승과 파운드화 약세를 끌어냈기 때문에 달러화는 재차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강달러 추세라면 원·달러 환율이 예상보다 빨리 1450원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정부의 환율 1400원 방어 의지에도 불구하고 킹달러(달러화 초강세) 현상, 파운드화 급락과 위안화 약세, 국내 주식시장 조정 등 일방적인 원화 약세 요인이 두드러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며 “환율이 예상보다 빨리 1450원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은현

◇ 정부 ‘환율 방어’ 총력…시장 “효과 제한적”

연일 치솟는 환율에 정부도 전방위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환율 상승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 재료가 워낙 많아 정부의 환율 방어 정책이 큰 효과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 들어서만 약 여섯 차례 구두개입에 나섰고, 시장에서 달러를 매도하는 실개입도 단행했다. 환율 폭등에 편승한 환투기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전에도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 완화를 위해 기발표된 외환 당국과 국민연금 간 100억 달러 한도의 외환스와프가 신속하게 집행되도록 노력하고, 환율 상승에 따른 신용한도 제약으로 선물환 매도에 어려움을 겪는 조선사의 애로 해소를 위해 금융당국 및 정책금융기관과도 적극적으로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이 1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데 이어 정부는 조선사 선물환 매도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서학개미’들이 해외 주식을 팔면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외환당국의 구두개입보다 구조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으로 한·미 금리 격차가 더 확대되고 환율 1500원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당국의 모니터링만으로는 투기 수요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이 늦어도 9월 나와줘야 하는데 속도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 블룸버그

◇ ‘빅스텝 우려’에 3년물 국채 금리 4.5% 돌파…장단기 금리 역전폭 확대

연준의 고강도 긴축 전망에 한국은행이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추가로 밟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국고채(국채) 금리도 전구간에서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점진적인 금리인상의 전제 조건이 바뀌었다”며 다음달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기준금리 움직임에 민감한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4.9bp(1bp=0.01%포인트) 오른 4.548%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9년 10월 26일(연 4.62%)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년물 금리는 연 4.335%로 22.3bp 올랐다. 이 역시 2011년 7월 8일(4.34%) 이후 최고치다. 5년물과 2년물은 금리도 각각 37bp, 33.6bp 상승한 연 4.563%, 연 4.516%에 마감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폭은 더 커졌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 우려에 한국은행이 당장 다음달 빅스텝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3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보다 큰 폭으로 오른 영향이다. 채권시장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침체의 전조로 해석된다. 미국에서는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이후 통상 1~2년 안에 경기 침체가 나타났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