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몸값 그때는 6조원, 지금은 2조원 왜?
현대重 인수 가격보단 경영권 프리미엄 높아
한화는 KDB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26일 체결했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48.3%의 지분과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경영권을 인수하는 가격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을 당시 몸값 6조3002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2008년 이후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환경이 계속 악화됐고 여전히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이라 몸값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산업은행이 2019년 한국조선해양(당시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할 당시보다는 높은 가격을 받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산업은행이 2008년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진행할 당시 기업가치는 6조~8조원 가량으로 추산됐다. 대우조선해양의 2007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조원, 3200억원이었다. 또 1조원 이상의 현금도 확보하고 있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당시 대우조선해양이 향후 3~4년간 일감을 확보한 상태라 매년 6000억~7000억원 정도의 현금(순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봤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최근 1개월치 평균 시가총액(8조~9조원)을 기준으로 지분 55.7%는 약 4조~5조원으로 평가됐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6조~8조원이라는 기업가치가 산출된 것이다.
조선업 경기가 양호하던 당시 인수전엔 한화그룹, 포스코그룹, GS그룹, 두산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이 대거 참여하면서 대우조선해양 몸값은 8조~9조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매각가가 오르자 두산그룹은 중도 포기했고, GS그룹과 포스코는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공동 인수에 나서기로 했다.
치열한 경쟁 끝에 대우조선해양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그룹이 선정됐다. 당시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6조3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그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한화그룹이 인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화그룹은 인수대금 분할납부를 요청했으나 산업은행이 이를 거절했다.
이듬해 산은이 보유한 지분 중 30% 가량만 우선 매입하고 잔여지분은 5년 뒤 추가 인수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대우조선해양 인수 계약은 2009년 1월 결렬됐고 결과적으로 당시 산은이 잘못 판단해 공적자금 회수 기회를 놓치게 됐다.
한국 조선업은 이후 내리막을 걸었다. 유럽발 경제 위기로 선박 발주가 대폭 줄었고, 중국 업체와 경쟁하면서 저가 수주도 이어졌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체는 불황 타개와 수익성 개선을 위해 해양플랜트를 대거 수주했다.
하지만 경험이 없다보니 무리하게 적자 수주에 나서게 됐고 이후 적자 늪에 빠졌다. 2014년 해양 플랜트 부실이 동시에 터지면서 대형 조선사는 수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도 2015년 1분기 적자 전환했고, 그해 7월에는 3조원대 부실을 숨긴 것이 드러났다. 이때 대우조선해양은 청산 위기로까지 내몰렸다.
이후 공적자금을 대거 투입해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기로 한 정부는 2018년 대우조선해양 회생을 위한 빅딜을 감행했다.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하고 한국 조선산업을 ‘빅2′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이었다. 현대중공업이 산업은행 보유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확한 매각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각 구조를 보면 약 2조700억원의 몸값이 측정됐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이라는 조선 지주사를 신설하고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한국조선해양에 대우조선해양 보유 지분 전량을 현물 출자하고 그 대가로 한국조선해양 주식을 받기로 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에 1조5000억원을 출자한다.
한국조선해양은 유상증자 1조2500억원과 자체자금 2500억원으로 대우조선해양 유상증자 참여 재원 1조5000억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국조선해양 지분 31.67%를 보유하게 되는 현대중공업지주는 한국조선해양 유상증자에서 4000억원가량을 부담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유상증자 지원 규모는 약 4000억원이었다. 한국조선해양의 자체자금 2500억원을 포함하면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쓰는 현금은 6500억원 정도였다.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에 한국조선해양 보통주 8200억원어치와 전환상환우선주 1조2500억원어치를 발행해 지급하기로 했다. 즉 산업은행 보유 지분 가치를 약 2조700억원으로 책정한 것이다. 당시 대우조선해양 주당 가격을 3만4922원으로 정한 결과였다.
한화의 인수 소식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 23일 대우조선해양 종가는 2만2200원이었다. 현대중공업그룹 인수 당시 책정한 주가에서 36% 가량 빠졌다. 이를 감안하면 한화는 6000억~7000억원 가량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고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우조선해양이 올 상반기 667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부채비율이 700%대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향후 3년 이상의 일감을 확보했고, 수주도 계속 이어지고 있으나 당분간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인수가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재무 상황을 봤을 때 한화가 현대중공업그룹보다 높은 가격에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것이다. 2019년보다 조선 업황이 개선되고 수주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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